미국이 값싼 이란산 드론을 격추하는 데 100만달러가 넘는 미사일을 쓰는 게 문제가 되면서 저가 요격 미사일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전에서 대량 생산 드론이 방공망과 탄약 재고를 동시에 압박하면서 방산업계의 비용 구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수천 달러짜리 이란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고가 미사일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페르세우스디펜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저가 대드론 기술 수요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페르세우스의 출발점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공대공 미사일 'AIM-9 사이드와인더'를 더 작고 싸게 만드는 것이다.
사이드와인더는 미군이 수십 년간 운용해온 미사일이지만 여전히 비싸다. 미국은 지난해 튀르키예에 사이드와인더 60발과 추가 전방부, 예비 부품, 훈련 패키지를 약 8000만달러에 판매했다.
하지만 페르세우스의 제품은 ‘마이크로 미사일’이다. 회사 측은 "미사일이 드론, 지상 차량, 선박에서 발사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미사일 상당수는 아직 전장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대부분 단거리 방어에 적합하며, 패트리엇 체계의 요격탄처럼 빠르고 정확하며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거나 탄도미사일까지 요격하는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저가 요격탄 수요는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과 독일은 드론 대응용 저가 미사일 또는 유도로켓을 대량 주문했다. 스타트업들은 페르시아만과 서방 정부들로부터 생산 확대 문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레인 매커스커 전 트럼프 1기 행정부 국방부 예산 고위 당국자의 분석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전쟁 첫 나흘 동안 이란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격추하는 데 약 57억달러어치 요격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걸프 국가들도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국가들은 이란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수백만달러짜리 패트리엇 요격탄을 발사하고 전투기 탑재 미사일도 사용했다. 미 육군의 프랭크 J. 로자노 중장은 최근 저가 탄약 관련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소규모 신생 기업들이 국방부에 가격 경쟁력과 확장성 측면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샤헤드 드론과 러시아의 유사 기종은 전쟁 양상을 바꿨다. 표적에 충돌하는 샤헤드는 대량 투입돼 상대 방공망을 포화시키고 고가 요격 미사일 재고를 소진시킬 수 있다. 에스토니아 스타트업 프랑켄버그의 쿠스티 살름 최고경영자(CEO)는 "2022년 이란이 샤헤드를 우크라이나에 보낸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러시아가 매달 100대를 쏘기만 해도 유럽 모든 나라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하루 최대 400대가 날아간다는 설명이다. 이어 살름 CEO는 "예전에는 미사일 부품이 방산업계 전용 맞춤 부품으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일부 부품을 소비자 전자제품에서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물체의 위치와 방향, 속도를 계산하는 관성항법장치는 원래 로켓용으로 개발됐지만 현재는 많은 휴대전화에도 들어간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