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주 기업 스페이스X 공급망에 들어간 특수합금업체 스피어가 닷새 만에 400억원이 넘는 신규 수주를 발표하며 투자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해 스페이스X와의 장기 공급계약 공개 이후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최근 잇단 수주가 우주항공 특수합금 사업의 양산 체제 전환과 장기 공급계약의 실제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스피어는 223억원 규모의 특수합금 원소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의 23.27%에 해당하는 규모다. 계약 기간은 다음달 21일까지다.
스피어는 앞서 지난 10일에도 202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닷새 만에 확보한 신규 수주 규모는 총 425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의 약 44%에 달한다.
시장의 관심은 수주 규모보다 스피어가 구축한 고객사와 공급망 경쟁력에 쏠린다.
스피어는 스페이스X의 1차 벤더 중 한 곳이다. 증권가에서는 로켓 엔진용 특수합금 공급망 분야에서 미국 외 기업 중 드물게 스페이스X와 직접 공급 관계를 구축한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 계약 공시에서는 거래 상대방을 '미국 글로벌 우주항공 발사업체'로 표기하고 있지만, 지난해 7월 약 770억원 규모의 특수합금 공급계약 공시에서 계약 상대방을 스페이스X라고 명시하면서 공급 관계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당시 스피어는 스페이스X와 2035년까지 총 수요예측 금액 약 1조5440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10년이며 최대 3년 연장 옵션이 포함됐다.
증권가는 이번 계약을 단순히 한 번에 큰돈을 버는 대형 수주가 아니라, 앞으로 꾸준히 매출이 늘어날 수 있는 성장 발판으로 보고 있다. 계약 물량이 스페이스X의 스타십 발사 횟수와 연동돼 있어 발사가 늘어날수록 추가 수주와 매출 확대 가능성도 커진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우주항공 특수합금 발주가 과거 신규 강종과 벤더 검증을 위한 테스트 성격에서 최근에는 반복 생산을 전제로 한 양산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피어의 올해 1분기 말 수주잔고는 139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6.2% 증가했고, 이는 1분기 연결 매출의 약 3배 수준이다.
스피어는 장기 공급계약 체결 이후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지분 확보와 국내 밀벤더(제조협력사)와의 장기 계약 등을 통해 원소재 조달부터 생산까지 연결되는 공급망 구축에 집중해왔다. 항공우주 등급 인증과 비행 데이터 축적에 수년이 걸리는 산업 특성상 글로벌 벤더 네트워크와 공급망 통합관리 역량 자체가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주가는 스페이스X와 계약 체결 후 빠르게 재평가됐다. 스피어는 지난해 7월 스페이스X와의 장기 공급계약 공시 전까지 1만~1만1000원 선에서 거래됐으나, 계약 체결 소식이 알려진 이후 급등세를 나타냈다. 올해 3월 5만원대까지 치솟아 공시 전 대비 약 5배 수준으로 뛰었고, 최근 차익실현 과정에서도 3만5000원대로 공시 전보다 여전히 3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홍예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타십 양산이 빨라질수록 검증된 공급망 관리 역량을 갖춘 스피어의 수주가 확대될 것"이라며 "스피어의 실적은 단발성 수주가 아니라 스타십 발사 횟수가 늘어날수록 함께 커지는 구조적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