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장르. 가수 정인이라면 그렇다. R&B, 소울, 발라드, 힙합의 틀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왔던 그가 15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다. 아르떼가 정인을 만나 공연을 준비하는 소회를 물었다.
정인은 오는 7월 11일 서울 강서구 스카이아트홀에서 단독 공연 <목소리의 시간>을 연다. 그는 힙합 뮤지션 리쌍의 곡‘ 러쉬’ 피처링으로 2002년 데뷔했다. ‘소울풀’한 정인의 독보적 음색은 그의 삶을 바꿔놨다. 여러 가수들과 각종 드라마가 앞다퉈 러브콜을 보냈다. 협업이 늘수록 정인의 팬도 늘었다. <나는 가수다2>, <히든싱어8> 등 TV 프로그램은 대중의 사랑도 이끌어냈다. 그러나 그녀의 단독 콘서트는 2011년이 마지막이었다.
독보적 음색은 그대로…캐릭터는 다양해졌다
단독 콘서트를 새로 결심하는 덴 15년이 걸렸다. “2011년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도와주시는 분들에게 죄송함을 느꼈어요. 앨범을 더 내면서 티켓 파워가 생기고 함께 준비해주시는 분들도 더 행복하게 준비할 수 있는 상황에서 콘서트를 열고 싶었죠. 그런데 기회가 오지 않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물 흐르듯이 보냈던 거죠. 컨디션으로 보면 지금이 적기란 생각이 들어요. 다른 무대에서 노래를 많이 했지만 제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제 노래, 제가 교류해온 음악인들과 함께 있을 공간을 그간 마련해드리지 못했던 것 같아요.”
공연 제목은 <목소리의 시간>. 2011년 공연 이후의 시간들을 어떠한 목소리로 채워왔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지은 제목이다.
“예전엔 본능적으로 노래했는데 그렇게 해선 지속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젊은 기운으로 하는 플레이였죠. 조금씩 자연스러운 쪽으로 발성을 바꿨어요. 표현도 예전엔 사운드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사운드와 가사, 이야기 사이에서 중심을 오가게 됐어요. 나이가 들며 방법이 늘어난 거죠. 절 모창해주시는 분들이 ‘지읒을 z로 발음하면 저처럼 된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캐릭터가 다채로워진 거죠(웃음).”
독보적인 음색을 지닌 가수이지만 목소리에 대해 고민한 적도 있었단다. 정인은 어릴 적 빌보드 차트에 있던 소울 음악이 좋아 노래를 시작했다고 했다. 소울 밴드 보컬 모집 공고를 보고 2001년 고향인 대전에서 상경했다. 남들과 음악을 나누다 보니 가수의 길이 열렸다. “가끔 피처링을 하러 가면 ‘조금 더 누나처럼 해주면 안 돼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었어요. 사람들이 바라는 내 목소리는 뭘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죠. 지금은 이런 고민을 안 해요. 그저 노래와 음악으로 많은 분들께 다가갈 기회가 생겨서 감사할 뿐이죠.”
물론 팬들이 기억하는 정인의 음악도 여전하다. 정인이 스스로 꼽는 자신의 최고 곡은 ‘오르막길’. 서로를 바라보며 오르막길을 오르자는 노랫말 덕분에 결혼 축가로도 자주 들리는 곡이다. 가수 윤종신의 시리즈 앨범인 <월간 윤종신> 2012년 6월호에 담겼던 곡이지만 가창자인 정인의 노래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제 앨범에 실으려고 의뢰해 받았던 곡인데 앨범 제작이 늦어지면서 월간 윤종신에 실리게 됐죠. 많은 분들이 이 노래에서 힘을 얻어서 좋아해 주시니까 감사한 마음이 가득한 곡이에요.”
R&B, 네오소울, 힙합, 그리고 하우스로
정인은 물 흘러가듯 음악을 만났다. R&B나 소울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소리로 할 수 있는 좋은 음악을 만나면 공명했다. 시간이 흐르며 달라진 게 있다면 그녀가 품은 에너지의 색감이다. 무대가 더 좋아졌고, 흘려보냈던 음악들을 쌓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옛날엔 공연이 끝나면 못 했던 것만 생각났어요. 관객이 졸거나 하품하면 신경이 계속 쓰이더라고요. 그런데 육아를 하게 되니 이 마인드로는 살 수 없겠더라고요. 긍정적으로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죠. ‘못하는 것을 생각하기보다 잘하는 것을 더 발전시키자’고 생각했어요. 그 후론 제 무대를 즐겨주시는 분들이 눈에 쑥 들어오더라고요!”
자신의 음악을 쌓아가는 여정에서 정인은 2024년 힙합 뮤지션인 마일드 비츠와 함께 앨범을 냈다.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소울’ 상을 받은 명반이다. “마일드 비츠는 대중적이지 않은 비트를 하셨는데 그분의 마지막 솔로 앨범이 엄청 제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바로 (함께 작업하자고) 연락을 드렸죠.”
이어 지난 3월 정인은 가수 앤원(Ann One)·호림과도 곡 ‘소울 이즈 프리스타일’을 냈다. 같이 앨범 제작도 하고 있다고. R&B와 네오 소울을 조금 더 파고든다. 하우스 댄스 레슨을 받은 지는 1년이 됐다. 80년대 유행하던 하우스 감성을 되살려 하우스 앨범도 만들고 싶다고. 장르 경계를 깨고 다채로운 음악에 도전할 수 있는 건 “이 음악들의 축이 될 수 있는 자신만의 목소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이번 단독 콘서트에선 관객들에게 어떤 음악을 전하고 싶을까. “지난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 장범준 님의 공연을 봤다가 완전히 팬이 됐어요. 아무런 의도가 느껴지지 않게 그저 음악만을 하는데 관객분들이 그 음악으로 하나가 돼 있더라고요. 각자가 가수의 음악을 자신들의 음악으로 받아들여 온전히 즐기고 있더라고요. 제 공연에 와주시는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셔서 편안하게 들으시고 만족감을 얻으셨으면 합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