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뭇매를 맞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유럽, 동남아시아 등 인기 여행지로 여러 번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출장지는 최근 SNS에서 논란이 확산한 몰디브뿐만 아니라 ‘신혼여행 성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이탈리아, 뉴질랜드까지 다양했다. 선관위 근무 기강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국회에선 관련 법안 발의가 늘고 있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관위 직원들은 최근 3년간 56번의 출장(국제회의 6번 제외)으로 77차례 외국을 다녀왔다. 빈도 1위 지역은 유럽(39회)이었다. 독일(5회), 스웨덴(3회), 노르웨이(3회), 이탈리아(2회) 등 24개 국가를 방문했다. 출장 한 번에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나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 ‘패키지 코스’를 돌아 수치가 크게 늘었다. 국가 하나에 여러 도시를 방문한 사례도 다수였다. 대표적으로 선관위는 2023년 9월 이탈리아 청년 정치 실태를 연구하겠다며 8박10일간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를 방문했다. 그러면서 보고서에는 50대 일반인 한 명의 인터뷰 사진을 담았다.
북미(11회)와 중남미(7회), 동남아(6회)가 유럽의 뒤를 이었다. 최근 SNS에서 뭇매를 맞은 2023년 9월 몰디브 대통령 선거 참관 출장(7박9일), 태국 방콕 선거연수원 등 방문(2025년 10월·6박7일·일본 포함), 코타키나발루 신설 분관 출장(2023년 11월·6박8일·태국 포함) 등이 포함됐다.
코타키나발루는 분관 확인과 한인 교회 방문을 주요 일정으로 짰다. 오세아니아 지역도 뉴질랜드, 호주가 2회씩 이름을 올렸다. 선관위 관계자는 “유럽, 북미처럼 선거 제도를 참고할 만한 국가와 선거 참관 요청이 오는 곳 등을 위주로 정해진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출장을 승인해왔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선관위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10년 이상 판사, 변호사, 검사 등으로 재직한 이를 선관위 외부 감사관으로 공모하는 선관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선관위가 매년 감사보고서를 정기국회 개회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같은 당 박성민 의원은 현직 대법관이 겸직하는 중앙선관위원장 자리를 대법관 임기 만료 시 자동 퇴임하도록 하는 법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국민참정권 수호를 위한 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 부단장인 김영배 의원이 중앙선관위원장 추천 절차 제도화 및 감사 제도 정비 관련 법안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선관위 감사 강화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 위원 9명 중 8명이 비상임 위원으로 직원 관리 및 통솔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일단 상임화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최해련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