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출시된 5세대 실손의료보험의 초기 가입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 한 달간 가입·전환 건수는 5만건 수준에 그쳤고, 전체 실손보험 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1%대에 머물렀다. 기존 상품보다 보험료는 낮췄지만 자기부담금이 늘고 일부 비급여 보장이 제한되면서 기존 가입자들의 전환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세대 전환 속도에 못 미쳐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실손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 9곳의 5세대 상품 가입 및 전환 건수는 3만9874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실손 계약 2927만9589건의 0.14% 수준이다.
출시 초기 실적을 4세대 상품과 비교하면 속도가 더딘 편이다. 5세대 실손이 출시된 직후 한 달간인 5월 6일부터 지난 5일까지 9개 손보사의 가입·전환 건수는 5만289건이었다.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의 첫 달 실적(7만1191건)과 비교하면 70.6% 수준에 머문다. 이 가운데 신규 가입자가 4만3031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기존 1~4세대 실손에서 전환한 가입자는 7258명에 그쳤다.
보험업계에서는 5세대 실손의 안착 여부가 기존 1세대와 2세대 초기 가입자의 전환 규모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2세대 후기 상품과 3·4세대 가입자는 재가입 주기가 돌아오면 5세대 상품으로 넘어가지만, 1세대와 2세대 초기 가입자는 별도 전환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들을 움직일 유인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5세대 실손은 기존 상품보다 보험료가 최소 30% 이상 저렴하지만, 자기부담률이 20~50% 수준으로 기존의 0~30%보다 훨씬 높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당장 보험료가 낮아지는 효과보다 병원 이용 시 본인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늘어나는 점을 더 크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중장년층과 고령층 수요가 많은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체외충격파 치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의 보장이 제한된 점도 전환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료 부담 완화 제한문제는 기존 가입자의 전환이 더딜 경우 실손보험 구조 개편 효과도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가입자의 과잉 의료 이용으로 발생한 손실이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계속될 수 있어서다.
실손보험료는 최근 들어 다시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실손보험 누적 인상률은 46.3%에 달한다. 연도별 인상률은 2024년 1.5%에서 지난해 7.5%, 올해 7.8%로 높아졌다.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배경에는 실손보험 적자 확대가 있다.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1조8700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했다. 전년보다 적자 폭이 25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손해율은 101%로, 전년 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은 일단 올해 11월 추가 할인 제도가 시행된 이후 시장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11월부터는 재가입 주기가 없는 1·2세대 가입자가 5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할 경우 보험료를 3년간 50% 할인해주는 계약전환 할인 제도가 적용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4세대에서는 보험료 할인 혜택의 효과가 크지 않았지만, 5세대는 할인 기간이 더 긴 만큼 인센티브 제도를 기다리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행 이후 경과를 보고 추가 방안이 필요한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