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일, 이지스운용 인수 포기…힐하우스에 돌아간 'M&A 열쇠'

입력 2026-06-15 15:38

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그룹이 이지스자산운용(사진) 인수 검토를 중단했다. 매각자 측과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간 협상이 수개월째 표류하는 가운데, 새로 인수를 타진했던 후보도 손을 떼기로 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칼라일은 지난달 대형 회계법인, 로펌 등을 동원해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해 몇 주간 실사를 진행했으나 인수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칼라일 아시아 차원에서 이지스 인수를 추진했지만 뉴욕 본사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칼라일의 구상은 이지스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것이었다. 이지스를 아시아 부동산·인프라 운용 거점으로 활용해 다른 글로벌 대형 PEF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아시아 실물자산 포트폴리오를 보강하고 운용 자산군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이었다.

인수를 접게 된 배경은 가격이다. 기존 협상자인 힐하우스는 이지스 기업가치 1조1000억원을 제시했다. 힐하우스와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새 인수자가 끼어들려면 그에 준하는, 혹은 그 이상의 가격을 써내야 한다. 시장에서는 1조1000억원 자체도 이지스의 실질 수익성에 비해 높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당초 매각 주관사가 제시한 초기 기업가치는 약 8000억원 수준이었지만 경쟁 입찰 과정에서 1조1000억원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이후 핵심 운용자산 이탈과 개발사업 리스크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이지스의 가치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보다 낮아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민연금과의 관계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칼라일의 주요 재무적투자자(LP) 중 하나다.

이지스와 국민연금은 마곡 원그로브 등 자산 운용 과정에서 이미 갈등이 누적돼 있었는데, 매각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출자 정보가 인수 후보들에게 제공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관계가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했다. LP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칼라일로서는 국민연금과 갈등 중인 운용사를 굳이 인수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결국 힐하우스와의 협상을 매듭짓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경로로 좁혀지고 있다. 우협 인정 기한은 지난 3월 말 만료됐지만, 세부 계약 조건을 놓고 의견 교환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