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식구 먹고 자는 데만 월 200만원…월급은 제자리걸음

입력 2026-06-12 21:50

4인 가구가 식비와 주거비로 지출한 금액이 올 1분기 기준 월평균 200만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주거비가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뛰어오른 데 따른 것이다.

12일 국가데이터통합플랫폼(MDIS) 분석 결과 올해 1분기 4인 가구의 월평균 식비(식료품·비주류음료 및 외식비)는 약 142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34만원보다 5.4%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외식비가 9.4% 증가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최근 서울 집값과 임차료 상승세 영향으로 주거비 상승 폭은 더욱 가팔랐다. 같은 기간 4인 가구의 월평균 주거비는 57만원으로 지난해(47만원)보다 21.3% 늘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77%, 월세는 8.99% 올랐다.

이에 따라 식비와 주거비를 합한 월평균 지출액은 지난해 182만원에서 올해 약 199만원으로 증가했다. 4인 가구가 매달 월평균 200만원가량을 먹거리와 주거 관련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소득 증가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다. 올해 1분기 4인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646만원으로 지난해 634만원보다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0.3% 증가해 사실상 월급이 거의 오르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식비 증가율(5.4%)은 물론 주거비 증가율(20.6%)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라 2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류(24.2%)는 물론 쌀(13.5%), 계란(10.2%), 돼지고기(5.8%) 등 먹거리물가까지 크게 뛰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2.5%를 나타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고환율도 민생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이날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해 물가와 민생·내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의 온기가 실제 가계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물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수출이 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가계의 필수 지출 부담이 계속 커질 경우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체감경기 회복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