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수사관 1인당 사건 접수 건수는 5년 새 20% 넘게 늘었고, 수사부서를 떠난 인력만 1700명을 넘는 등 경찰 수사 여건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힘이 실리면서 경찰 수사 부담이 더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완수사권 폐지 시 검사가 직접 메우던 수사 공백이 경찰 몫으로 돌아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 수사부서 일은 늘고 사람은 떠난다
한경닷컴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서 실수사관 1인당 사건 접수 건수는 2020년 108.4건에서 2025년 133.8건으로 5년 새 23% 늘었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100.8건까지 줄었던 1인당 접수 건수는 2022년 101.8건, 2023년 110.4건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2024년 127.7건, 지난해 133.8건으로 치솟은 것이다.
전국 18개 시·도청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곳은 2025년 1인당 접수 건수가 전국 평균(133.8건)을 웃돌았다. 경기남부청(154.1건), 제주청(153.9건), 경기북부청(152.8건), 충남청(150.9건), 광주청(150.4건) 순으로 많았다. 가장 적은 전북청(108.7건)과 최대 약 45건 차이가 나는 등 지역별 편차도 컸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2023년 11월 수사준칙 개정에 따라 고소·고발 등 반려 제도가 폐지되며 전건 접수에 의한 사건 수가 증가한 게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수사부서 인력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수사부서에서 퇴직한 경찰공무원은 1765명이다. 연도별로는 2021년 265명, 2022년 338명, 2023년 304명, 2024년 373명, 2025년 410명으로 증가세다. 올해 들어 5월까지도 벌써 75명이 제복을 벗었다. 또 수사 전문 자격인 '수사 경과' 자진 반납 및 해제 인원이 2023년 968명에서 2024년 1181명, 지난해 1201명으로 2년 연속 증가하기도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부서는 업무가 너무 과중해 다들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같은 업무 부담은 수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좁힌 2022년 '검수완박' 입법을 거치며 경찰 수사 비중은 갈수록 높아졌다. 이에 경찰의 전체 사건 결정 건수는 2022년 136만8648건에서 2024년 143만1815건으로 약 4.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불송치 결정은 34만1028건에서 38만8658건으로 약 14% 늘었다. 특히 사기·횡령 등 지능범죄 불송치는 9만8063건에서 13만2117건으로 약 35% 급증해 전체 사건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법조계에서는 업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처리가 까다로운 사건이 불송치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불송치 증가를 곧바로 수사 부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사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수사 난도가 높은 지능범죄 사건의 불송치가 크게 늘어난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힘 실리는 '보완수사권 폐지'
이 같은 부담은 검찰청 폐지 이후 한층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범여권을 중심으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고, 정부도 이에 호응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완수사권은 검사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서 증거가 부족할 때 직접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다. 반면 보완수사요구권은 사건을 경찰에 되돌려보내 추가 수사를 요구하는 권한으로, 실제 수사는 경찰이 맡는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검사는 미흡한 부분을 직접 메울 수 없어 사건을 경찰에 돌려보내야 한다. 경찰은 한 차례 처리해 넘긴 사건을 다시 받아야 해 업무량 증가가 불가피한 구조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월 5일 국회 의원총회를 열어 검찰청 폐지 후 새로 출범하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은 허용하지 않고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완수사권이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언급한 것과 배치되는 결정이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입장을 한쪽으로 고집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김민석 국무총리가 국회로 (결론을) 넘겨 그쪽 의견을 따르기로 할 것"이라며 "결론은 국회에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특별히 감사하다"며 "국회에서 좋은 결론으로 성과를 내겠다"고 호응했다. 또 정 대표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라는 글을 올리며 폐지 의지를 거듭 밝혔다.◇ 현직 경찰 35.2% "검사 보완수사권 필요"
정부 자문기구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는 9일 "보완수사요구 제도는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가능한 현행 체계 아래에서도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보완수사 금지 시 보완수사요구는 비약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찰 내에서도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18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KICJ)이 발간한 '수사체계 재정립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 현직 경찰 1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35.2%로 가장 높았다.
이어 '보완수사요구권 인정으로 충분하다'(30.5%), '임의수사 등 일정한 경우에 한정해 보완수사요구권을 인정하면 충분하다'(14.3%), '지휘받으면서 보완수사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11.4%) 순이었다.
특히 저연차 경찰일수록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수사 경력 3년 미만 경찰의 88.9%가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수사 경력 3년 이상 5년 미만(79.3%)과 5년 이상 10년 미만(60.0%)도 각각 60% 이상이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송석준 의원은 "경찰 수사 부담이 이미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까지 폐지되면 수사 지연과 부실 수사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 이후 드러난 문제부터 진단하고 보완하는 것이 순서"라며 "준비 없는 보완수사권 폐지는 형사사법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