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채권 연계 상품을 퇴직연금에 넣은 투자자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공식화하자 채권 가격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투자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 도입한 ‘안전자산 30% 룰’이 외려 수익률을 갉아먹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TIGER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ETF는 지난 1년 동안 35.21% 하락했다. 키움국고채30년액티브ETF도 같은 기간 23.97% 손실을 봤다. 두 상품은 모두 투자위험등급이 5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6등급인 예금을 빼면 가장 안전한 상품이라는 뜻이다.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은 부도 위험이 낮지만 금리 변화에 따른 위험이 매우 크다.
수익률이 낮아지자 투자자 이탈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지난 6개월 동안 14조5811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 ETF에 42조6725억원이 들어온 것과 대조적이다.
채권 수익률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기관투자가도 마찬가지다. 시중은행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우정사업본부 등은 국고채를 담보로 자금을 빌려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채권에 투자하는 레포펀드에 보관한다. 회사채 발행 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사도 힘들어하고 있다. 환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채권을 매도하고, 이 매물이 다시 채권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이어지다 보니 새로운 채권을 찍는 게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달께 국고채 금리가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는 연 3.9%, 10년 만기는 연 4.3%에 거래를 마쳤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