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로부터 곡 변경 요구를 받고 공연에서 하차한 인디가수 이랑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이효진 부장판사는 10일 이랑과 감독 강상우씨가 행정안전부,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공연대행업체 A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와 재단이 공동해 이랑과 강 감독에게 300만원씩 지급하고, A사는 강 감독과 이랑에게 각 1000만원과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앞서 이랑은 2022년 10월16일 열린 제43주년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식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곡 선정을 두고 재단과 갈등을 빚은 끝에 불발됐다.
당시 재단은 행안부로부터 공연 목록 중 이랑의 노래 '늑대가 나타났다'를 바꾸거나 가수 자체를 교체하라는 요청을 받고 공연 3주 전 강 감독에게 이를 전달했다. 강 감독은 이를 거부했고 재단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끝에 이랑과 함께 공연에서 빠졌다.
이들은 이듬해 11월 정부와 재단이 일방적으로 노래 교체를 지시한 행위가 불법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가와 재단이 곡 변경을 요청한 행위는 원고들이 예술인으로서 가지는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인격적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강 감독이 행사를 정부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준비한다는 전제로 총연출직을 맡았고, 이랑은 처음부터 '늑대가 나타났다'를 부르는 것을 전제로 섭외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가와 재단의 변경 요청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예술인에게 계약 조건과 다른 활동을 강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강 감독과 이랑의 과실로 공연이 불발되지 않은 만큼 A사가 이들에게 용역 대금 17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