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문제 아니다"…참정권 침해 강조한 대학 시국선언 [현장+]

입력 2026-06-10 19:55

"학우 여러분 이것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1번과 2번, 여당과 야당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의 권리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것은 헌법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오늘 연세의 이름으로 선언합니다. 국가에 의한 참정권 침해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황인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린 '연세인 시국선언'에서 이 같이 말했다. 황 위원장의 시국선언이 끝나자 연세대 학생들의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기말고사 기간에도 이날 시국선언장에는 총학생회 인원을 제외한 약 40명 이상의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함께 하기 위해 모였다.



총학생회는 릴레이 시국선언이 정치화되는 것을 경계했다. 황위원장 외에도 글로벌인재대'투표용지 부족 규탄' 18개대 총학 시국선언 발표한 부학생회장 등 학생회장단의 시국선언에서는 공통으로 특정 정당이나 정치 세력을 비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라는 취지 발언이 나왔다.

다만 이날 개별 시국선언에서는 정치적인 색깔을 띠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한 학생은 개별 시국선언에서 "극우들은 이번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는 내란 청산과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제시된 선거였다. 그러나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의 오점을 남겼다. 지난해 계엄을 옹호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려던 세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금 자신들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연세대 총학생회는 개별 시국선언은 총학생회와 관계없다며 선을 그었다.

해당 학생은 이후 인터뷰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계엄 이후 회복된 민주주의 토대 위에서 생겨난 선거이기 때문에 특히나 청년들의 관심이 더 뜨거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의 어떤 무능으로 인해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고 이런 대립이 생겨난 것에 대해 깊은 분노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들은 시험 기간이 중요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대학원생 김모씨(26·여성)와 김모씨(25·여성)은 "어제도 시험을 끝냈고, 다음 주에도 2개가 남아있지만 당연히 와야 한다 생각했다. 평소 시험 기간이라면 이 시간에는 공부하고 있었다"며 "좌우 진영 상관없이 6·3 지방선거에서 참정권이 침해당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부정선거' 프레임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씨(26)는 "부정이란 의미 자체가 말 그대로 잘못됐다는 뜻"이라며 "관리 차원의 부정선거다. 재선거만 외쳐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저번 주말에도, 이번 주말에도 올림픽공원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연세대 외에도 총 18개 대학에서 6·3 지방선거에서 빚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참여 대학은 건국대·경희대·고려대·부산대·서강대·서울과기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전남대·전북대·충북대·한국외대·한양대·홍익대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당일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부족했던 투표용지는 총 7194매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일 선관위가 50개 투표소에서 4726장이 부족하다고 발표한 것보다 1.5배 늘어난 수치다. 투표용지가 가장 많이 부족했던 곳은 서울 송파구 잠실4동 제7투표소로, 총 436매가 부족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