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도체 쇼크…코스피 상위 100개 중 97개 '파란불'

입력 2026-06-08 17:48
수정 2026-06-15 16:03
유가증권시장에서 패닉으로 인한 투매를 막기 위해 거래를 일정 기간 원천 차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1998년 제도가 도입된 뒤 아홉 차례에 불과했다. 2001년 9·11 테러 때 발동된 이후에는 2020년 코로나19가 올 때까지 19년간 한 차례도 발동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던 서킷브레이커가 올 들어 세 번째 발동됐다. 가파른 상승장에 따라붙는 큰 폭의 조정장이 자주 형성되자 투자자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 삼전닉스 투매…레버리지 -20%유가증권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8일 증시에 상장된 922개 종목 중 876개(95.01%)의 주가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8%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된다. 1단계로 20분간 거래가 중단된다.

이날 지수가 7474.74로 8.4% 하락한 오전 9시3분 1단계가 발동됐다. 중동 전쟁으로 지난 3월 4일과 9일 잇달아 발동된 후 6개월 만이다. 15% 이상 떨어지면 발동하는 2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 서킷브레이커 해제 이후 소폭 회복해 7500~7800선을 오가던 코스피지수는 오후 2시30분 무렵부터 다시 하락으로 전환해 7400대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네이버와 LG유플러스 등을 제외한 97개 종목이 파란불을 켰다. 삼성전자는 10.18% 급락한 29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9일 ‘30만전자’ 고지를 밟은 지 6거래일 만에 주가 30만원이 깨졌다. SK하이닉스는 7.68% 하락한 191만1000원에 마감했다. ‘200만닉스’를 내준 데 이어 190만원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시가총액이 1882조317억원(우선주 포함)으로 하루 만에 210조원이 빠져나갔다. 메타를 제치고 테슬라를 사정권에 뒀던 글로벌 시총 순위에서도 두 기업에 밀려나 11위로 내려섰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시총이 113조원 줄어 1361조9742억원이 됐다. 최근 가입한 ‘1조달러 클럽’에서도 이름을 지웠다.

두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며 ‘삼전닉스’에 레버리지로 투자한 이들의 손실은 두 배로 불어났다. 주요 자산운용사의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20%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15~16%가량 급락했다. ◇ ‘젠슨 황 효과’는 있었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가 하락에 관해 질문을 받자 “아주 기뻐해야 한다”며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급락을 피하지 못했지만 ‘젠슨 황 효과’는 일부 종목에서 나타났다. 젠슨 황은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만나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협업을 강조했다.

네이버는 9.20% 오른 2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네이버와 엔비디아가 ‘GW급 초대형 글로벌 인공지능(AI) 팩토리를 구축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장중 29만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SK그룹주 중에선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SK네트웍스(30%)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SK텔레콤(0.28%)이 강보합권에서 마감했다. LG유플러스는 2.61% 뛰어 네이버와 함께 시총 상위권 가운데 상승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273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매도세는 이어졌지만 전 거래일(-3조7948억원)에 비해 규모가 큰 폭으로 작아졌다. 네이버(896억원), SK네트웍스(325억원) 등 상승 종목을 주로 담았다. 반면 삼성전자(-4512억원), SK하이닉스(-3134억원) 등은 팔아치웠다.

개인은 2조762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던진 삼성전자를 1조4475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4125억원어치 사들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