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파업 대응 공식, 위법쟁의행위금지가처분과 간접강제 [지평의 노동 Insight]

입력 2026-06-08 11:56
수정 2026-06-0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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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행동권은 노사 간의 실질적인 대등성을 확보하기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핵심 기본권이다. 쟁의행위는 노사 합의에 이르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마땅하다. 일단 파업 등 쟁의행위가 개시되면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 상당한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쟁의행위에 이르기 전 원만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도 쟁의행위가 불가피한 상황은 발생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쟁의행위 상황에서도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쟁의행위가 종료된 후 즉시 정상적인 생산을 재개할 수 있는 상태를 보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직면했을 때 어떤 합법적 대항 수단을 취할 수 있을까.전통적 대항 수단의 한계사용자가 고려할 수 있는 전통적인 노동조합법상 대항 수단으로는 '직장폐쇄'와 '대체근로'가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방식은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

먼저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가능하다(노동조합법 제46조 제1항). 대법원 역시 근로자 측의 쟁의행위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정당성을 인정할 뿐, 선제적이거나 공격적인 직장폐쇄는 위법하다고 판단한다. 게다가 직장폐쇄는 대상자에 대한 노무 수령을 거절하고 임금 지급 의무를 면한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노사 양측의 피해를 증폭시키는 맹점이 있다.

다음으로 대체근로의 경우 노동조합법 제43조는 쟁의행위 기간 중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외부 인력을 채용하거나 대체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비조합원이나 파업 불참 근로자 등 당해 사업과 관계있는 인력을 통한 대체는 가능하지만, 이는 제한된 인원으로 일시적인 업무 조정을 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사후약방문'에 그치던 기존 가처분그동안 실무에서는 노동조합이 사업장 시설을 불법 점거하거나 출입을 봉쇄할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퇴거단행가처분'이나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이 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적 가처분은 이미 발생한 위법 상태를 제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예컨대 조합원들이 공장 생산라인을 점거했을 때 법원 결정을 통해 물리적 점거를 풀고 사업장 밖으로 퇴거하도록 강제하는 식이다.

문제는 가처분을 신청하고 인용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그사이 발생하는 생산라인 가동 중단, 막대한 영업손실, 납기 지연에 따른 고객사 이탈 등 치명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남게 된다.사전적 대응 수단의 부상오늘날 첨단 하이테크 산업에서는 단 몇 시간의 조업 중단이나 시설 가동 정지가 수천억 원의 재산적 손실과 돌이킬 수 없는 안전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 따라서 사후적 구제가 아닌, 위법한 쟁의행위 방식을 예방하고 제한하는 '위법쟁의행위금지가처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 시 노동조합이 반드시 지켜야 할 한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첫째, 노동조합법 제38조는 파업 미참여자의 출입이나 조업 등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행위, 작업시설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부패를 막기 위한 이른바 ‘보안작업’은 쟁의행위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둘째, 노동조합법 제42조는 생산 기타 주요 업무와 관련된 시설에 대한 점거를 금지하고 사업장 내 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쟁의행위 중이더라도 비조합원을 통한 최소한의 생산 계속과 안전 유지, 그리고 설비 보호를 통해 '즉시 조업 재개 환경'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사용자는 이러한 조항에 근거해 업무방해예방청구권의 행사로서 사전적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실제로 2026년 법원은 두 건의 의미 있는 위법쟁의행위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의약품 제조 공장의 경우 노동조합법 제38조에 따른 보안작업의 정상적 수행을 명했고, 반도체 공장에서는 이를 넘어 안전보호시설의 정상 운영과 주요 업무시설 점거 금지까지 명했다.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은 보장하되 안전을 유지하고 쟁의행위 종료 후 즉각적인 조업 재개가 가능한 환경을 지켜낸 것이다.

이러한 예방적 가처분 결정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무기는 바로 '간접강제'다. 법원의 결정을 위반할 경우 부과되는 간접강제금은 위법행위를 강행하려는 노동조합 측에 강력한 심리적·경제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쟁의행위가 선을 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결정적인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셈이다.노사 모두 '파업 이후'를 염두에 두어야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은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기업의 존립 기반을 파괴하거나 국민경제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히는 선까지 허용될 수는 없다.

쟁의행위의 궁극적인 목적은 파국이 아니라 '합의'다. 따라서 파업 전의 작업 환경은 파업 중에도 그대로 유지돼야 하며, 파업 종료 후 즉각적으로 생산을 재개할 수 있는 토대는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사용자들이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 한계 법규에 주목하고 예방적 가처분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법이 현실의 분쟁에서 보다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노사는 갈등의 한복판에서도 늘 ‘분쟁 이후의 신속한 관계 회복과 생산 재개’를 염두에 둬야 한다. 법이 예정한 쟁의행위의 한계가 엄격히 지켜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