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차기 국무총리로 기업인 출신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낙점한 건 집권 2년 차 국정 운영의 무게추를 민생 경제와 혁신 생태계 구축에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후보자가 여당 주류 정치인이 아니라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라는 점도 국정 운영의 디테일을 챙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김민석 국무총리나 후보로 거론된 정성호 법무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 비해서는 정치적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력 검증된 韓, 꼼꼼함 높은 평가”청와대는 7일 차기 총리 인선을 발표하며 “한 후보자가 속도, 성과, 현장을 강조하며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집권 2년 차 국정 운영 방향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국정 속도를 두 배로 높이고 정성을 다하면 남은 시간은 비록 4년이지만 8년처럼 일할 수 있다”며 “국민 삶의 실질적 변화를 더 크게 만들고 더 속도를 높이고 더 폭을 넓혀가야 한다”고 했다.
강 실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한 후보자는 중소기업 수출 역대 최대치 달성, 창업 생태계 활성화 등 실질적 성과를 창출했다”며 “후보자의 혁신성과 중기부 장관으로서의 경험에 총리라는 기회가 더해진다면 반도체 호황과 수출 증가가 견인한 한국 경제의 성장을 중소기업, 소상공인, 골목상권 등 국민 모두의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가 이끈 중기부가 추진해 온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강 실장은 “인공지능(AI) 혁신과 글로벌 복합 위기를 마주한 국가 전략 대전환기에 국민 모두의 성장과 민생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후보자는 지난 1년간 장관직을 수행하며 능력이 검증됐다”며 “이 대통령이 한 후보자의 꼼꼼한 일처리와 기획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정치인이 아니라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도 이 대통령의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재확인시켰다는 평가다. 한 후보자는 한명숙 전 총리에 이은 두 번째 여성 총리다. 한 전 총리가 여당 정치인 출신인 데 비해 한 후보자는 기업인 출신이라는 뚜렷한 차별성을 가진다. 이 대통령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국제 정세 변화 등 외교 안보 현안에 집중하고, 내치(內治)는 실력이 검증된 한 후보자를 중심으로 꾸려갈 것이라는 관측이 여권에서 나왔다. ◇靑 “국민 요구 종합해 개각”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뽑은 ‘한성숙 총리 카드’가 정치적으로 무난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6·3 지방선거에서 지방 권력을 다수당인 여당이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졌다. 부동산 정책 심판과 2030세대의 적극 투표가 결정적이었던 터라 정치색이 강하지 않은 한 후보자 카드가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대통령은 ‘40년 지기’ 정 장관과 집권 초반 국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해 온 강 실장도 총리 후보로 올려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장관은 고사의 뜻을 이 대통령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강 실장을 발탁하지 않은 데 대해 “비서실장을 총리로 바로 이동시키기에는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차기 총리 후보자 지명이 이뤄진 만큼 후속 개각 인선에 관심이 모인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개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다만 개각 시기와 폭을 놓고는 설왕설래가 많다. 이와 함께 청와대 조직 개편과 수석급 참모 교체도 검토되고 있다. 강 실장은 청와대 개편과 개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보여주신 민심에 대한 고민이 저희로서는 상당하다”며 “종합적으로 고민해 때가 되면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