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모대출 시장, 긴축 모드 돌입…금리 올리고 수수료 확대

입력 2026-06-05 11:56
수정 2026-06-05 12:26

미국 사모 대출 시장이 수년간 이어진 공격적 경쟁에서 벗어나 대출 기준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부실 우려에 따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출업체들이 금리를 올리고 수수료를 확대하는 한편 차입 한도와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나섰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모 대출 업계는 올해 3월부터 대출 조건을 잇달아 강화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들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 가능성으로 대출 손실 위험이 높아진 데다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까지 증가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달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사모대출 펀드가 보유한 기초자산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회수했다.

블랙스톤이 운용하는 세계 최대 사모대출 펀드인 BCRED에서 올해 2분기에만 44억달러 규모의 환매 요청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분기 환매 요청 비율인 약 8%를 웃도는 수준으로 금액 기준으로는 약 44억달러에 달한다. 블랙스톤은 이에 따라 790억달러 규모의 BCRED 펀드에 대해 환매 한도를 순자산가치의 5%로 제한하기로 했다. 지난 3월 투자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환매 요청 전액을 지급했던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이밖에 최근 스위스의 파트너스그룹이 자사 사모펀드에서 약 10% 규모의 환매 요청이 발생했다고 공개했고, 클리프워터도 310억달러 규모 펀드에서 17%의 환매 요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사모 대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운용사들은 대출 금리를 올리고 수수료를 확대하는 등 대출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투자은행 자문사 링컨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1억 달러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직접 대출 시장의 신규 대출 가산금리 중간값은 5월 기준 연 5.13%를 기록했다. 이는 △4월 연 5.0% △3월 연 4.88%보다 높아진 수준으로 2년 만의 최고치다.

대출 비용 상승은 금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모 대출 업체들은 대출 실행 시 부과하는 발행 할인도 확대하고 있다. 발행할인은 대출금이나 채권의 액면가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사실상 추가 금리인 셈이다.

차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제공하던 각종 혜택도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이자 지급을 뒤로 미루거나 계약 조항을 완화해주는 사례가 흔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조건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의 확산은 특정 업종에 대한 대출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는 AI가 회계법인과 전문 서비스 기업의 사업 모델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해당 업종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대출 가능 규모를 줄이고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는 한편 계약서상 보호 조항도 강화하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