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가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이 하청 노동조합의 사용자라는 판정을 내렸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중노위의 첫 재심 판단이다.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증가하는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4일 중노위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이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을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 재심신청’ 사건에서 전남지방노동위원회의 기각 결정(초심)을 취소하고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초심인 지노위 판정을 당사자가 다툴 경우 중노위에서 재심을 받게 된다.
노조는 지난 3월 중흥건설·중흥토건을 비롯한 93개 원청 건설회사에 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자 같은달 24일 전남지노위에 ‘미공고 시정’을 신청했다. 전남지노위는 4월 “원청 건설사들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청을 기각했고 노조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다. 노조는 중흥건설, 중흥토건 사건과 신청이 인용된 극동건설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90건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3월 20일 지노위 단계에서 일괄 취하했다.
중노위는 재심 판정에서 산업안전과 작업환경 관련 사항에 한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타워크레인 임대업체 등 하청업체가 단독으로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거나 안전시설을 설치·해체하는 데 한계가 있고, 실제 공사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는 원청의 결정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원청이 해당 의제를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노조가 함께 요구한 ‘원청의 임금 직불제’와 관련해서는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임금 지급 방식 개선에 관한 논의는 가능하지만 원청이 임금 사항을 직접 지배·결정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이번 중노위 판정을 계기로 다른 건설사들에 대해서도 교섭요구에 나설 계획이다. 김경수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위원장은 한국경제신문에 “취하한 사건들도 지노위에 순차적으로 다시 시정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