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1곳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보수 강세 지역으로 꼽히던 용산구와 강남 3구 중 송파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앞섰다. 국민의힘이 17곳을 석권했던 2022년 지방선거 판세가 4년 만에 완전히 뒤집힐 것으로 보인다. 현직 구청장이 다수였던 국민의힘은 집권 2년차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국민 지지율에 밀리며 강남·서초·중구·동작 4곳에서 앞서는 데 그쳤다. ◇민주당, 보수 텃밭서도 우위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30분 기준 서울 지역 개표율 51.59%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는 21곳에서 선두에 섰다. 득표율도 절반 이상이 60%를 웃돌 만큼 격차가 컸다. 진교훈 강서구 후보와 류경기 중랑구 후보는 득표율이 70%에 육박했다. 영등포의 조유진, 노원의 서준오 후보도 큰 격차로 이기고 있다. 2018년 민주당이 24곳을 싹쓸이했던 데 버금가는 압승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다. 정권 초반 국정에 힘을 실어주려는 표심이 민주당 후보들에게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에는 정권교체 직후라는 점이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이번에는 민주당이 여당 프리미엄을 받았다.
민주당에서는 3선에 도전한 류경기(중랑), 이승로(성북), 김미경(은평), 박준희(관악) 후보가 나란히 선두를 지켰다. 2023년과 지난해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진교훈(강서), 장인홍(구로) 구청장도 첫 정식 선거에서 우위를 보였다. 선거 때마다 표심이 엇갈리던 광진·동대문·도봉·양천·강동 등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앞섰다. ◇현역 프리미엄 무너져보수의 아성으로 꼽히던 지역에서도 민주당이 선전했다. 용산에서는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지낸 강태웅 민주당 후보가 약 52%로 앞섰고, 강남 3구 중 송파에서 조재희 후보가 61%로 우위를 점했다. 다만 강남과 서초는 국민의힘이 강세를 나타냈다. 강남에서는 김현기 후보가 58%로 김형곤 민주당 후보(42%)를, 서초에서는 전성수 후보가 63%로 황인식 민주당 후보(37%)를 따돌렸다.
국민의힘이 앞선 곳은 강남·서초·중구·동작 네 곳이다. 중구는 김길성 국민의힘 후보가 49%로 이동현 민주당 후보(47%)를 근소하게 앞서 접전을 벌였다. 동작은 김정태 국민의힘 후보가 1위에 올랐지만 개표율이 5%대에 그쳐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출마한 박일하 현 구청장, 류삼영 민주당 후보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현직 구청장 11명을 다시 공천했지만 ‘현역 프리미엄’이 힘을 쓰지 못했다. 전직 국회의원 출신으로 재선을 노린 정문헌(종로), 이성헌(서대문) 구청장도 민주당 후보에게 밀렸다.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재개발·재건축 등 부동산이었다.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재선에 도전한 정문헌 국민의힘 구청장은 “31곳의 재건축·재개발을 본격화해 1만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54%를 얻은 유찬종 민주당 후보에게 밀렸다. ◇화제의 격전지 마포가장 눈길을 끈 곳 중 하나는 마포다. 박강수 국민의힘 현 구청장과 유동균 전 구청장이 2018년, 2022년에 이어 세 번째로 맞붙었는데, 이번에는 유동균 후보가 58%로 앞서며 설욕에 나섰다. 강북에서는 공천 파동이 가장 컸지만, 민주당이 이순희 현 구청장을 컷오프한 뒤 전략공천한 정창수 후보가 59%로 선두를 달렸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정원오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시장과 자치구청장 대부분이 같은 당 소속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 후보는 성동구청장을 세 번이나 지낸 행정가 출신이다. 시장과 구청장이 같은 정당이면 재개발·재건축 인허가나 복지·교통 같은 행정 분야에서 손발을 맞추기가 한결 수월하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이 자치구 단계에서 속도를 낼 수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