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픽' 정원오 택한 서울 민심…4선 오세훈 따돌리고 당선 가능성

입력 2026-06-03 20:56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며 민주당의 서울 탈환 가능성을 키웠다. 이번 선거는 5선에 도전한 대선주자급 현역 시장과 성동구청장 3선을 지낸 행정가의 맞대결이었다. 전국적 인지도에서는 오 후보가 앞섰지만 정 후보는 성동구에서 쌓은 행정 성과와 이재명 정부와 보조를 맞춰 서울의 현안을 풀겠다는 ‘여당 시장론’을 앞세워 오 후보의 추격을 견뎌냈다. 정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 민주당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5년 만에 서울시청을 되찾게 된다. ◇정원오, 5%포인트 이상 격차 벌려이날 오후 6시 발표한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정 후보는 51.4%를 얻어 오 후보(46.0%)를 5.4%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예측됐다. JTBC 예측조사에서도 정 후보는 53.5%로 오 후보(42.9%)를 10.6%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두 출구조사 모두 정 후보 우세를 예측하면서 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선이 확정되면 구청장 출신 첫 서울시장이 된다. 오 후보는 2006년과 2010년, 2021년 보궐선거, 2022년 지방선거에 이어 다섯 번째 서울시장 당선을 노렸지만 좌절될 위기에 놓였다. ◇유권자 선택은 ‘여당 시장’정 후보는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일을 잘하는 것 같다”고 언급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명픽’으로 불리며 서울시장 후보군 전면에 섰고, 이 대통령과 닮은 ‘일 잘하는 행정가’ 이미지를 앞세워 지지층을 넓혔다. 성수동 도시 발전과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왕십리역 유치 등 성동구청장 재임 성과도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국회의원과 중앙정치 경력은 없지만 성동구에서 12년간 맡아온 행정 경험을 서울 전역으로 확장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선거전 내내 검증 공세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성동구청장 시절 칸쿤 외유성 출장 의혹과 과거 폭행 전과 논란을 제기했고, 개혁신당은 칸쿤 출장에 동행한 직원의 채용 특혜 의혹을 꺼내 들었다. 오 후보는 별도 양자토론을 요구하며 정 후보가 검증을 피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정 후보 측은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하며 서울 현안을 풀려면 청와대와 정부, 국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막판에는 안전 문제가 선거판을 흔들었다. GTX-A노선 삼성역 철근 누락 논란에 이어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직 시장인 오 후보의 관리 책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오 후보는 사고 직후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민주당은 이를 장기 시정의 책임 문제로 몰아붙였고 정 후보도 “제1원칙은 안전”이라며 공세에 가담했다. ◇부동산·안전 곧바로 시험대정 후보 당선이 최종 확정되면 서울시정의 무게중심도 달라질 전망이다. 오 후보가 한강 개발과 정비사업 속도전 등 서울시 주도의 개발형 시정을 내세웠다면 정 후보는 중앙정부, 국회와의 협력을 통한 현안 해결을 강조했다. 주택 공급과 철도 지하화, 광역교통망 확충 같은 대형 사업은 서울시 단독으로 풀기 어렵고 정부 재정과 입법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가장 큰 시험대는 부동산이다. 정 후보는 개발 중심 시정과 거리를 두면서도 재건축·재개발 속도전에서는 밀리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선거운동 기간 정비사업 현장을 잇달아 찾았고, 한강변 정비사업의 쟁점인 덮개공원 문제에 관해서도 사업비 부담과 인허가 갈등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청년 주거, 철도 지하화와 광역교통망 확충도 새 시정의 우선 과제로 꼽힌다.

안전 문제도 정 후보에게 곧바로 되돌아올 과제다. 선거 막판 GTX-A노선 삼성역 철근 누락 논란과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를 고리로 오 후보의 관리 책임을 따진 만큼 취임 후에는 서울시 발주 공사와 대형 인프라 사업의 안전 관리 체계를 손봐야 한다. 성동구에서 쌓은 생활 행정 경험을 940만 서울시정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정 후보의 행정 역량이 곧바로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하지은/최해련/이슬기/이에스더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