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업계가 차세대 태양광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탠덤셀(두 종류의 셀을 결합한 태양전지) 양산에 사활을 걸었다. 실리콘셀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중국을 기술력으로 압도해 시장 판도를 뒤집는다는 구상이다. 연구개발(R&D)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미래 시장마저 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탠덤셀은 실리콘셀 위에 차세대 태양광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얹는 적층형 구조다. 페로브스카이트가 단파장을, 실리콘이 장파장의 빛을 흡수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리콘 단일셀의 한계 효율이 29%에 불과한 반면 탠덤셀은 최대 44%에 달해 발전 효율이 1.5배나 높다. 동일 면적 대비 발전량이 압도적이어서 ‘꿈의 태양전지’로 불린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억6400만달러 규모에 그친 세계 탠덤셀 시장은 2033년 324억3570만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세부 전략에선 차이를 보인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과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탠덤셀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하부 실리콘셀 기술을 두고 서로 다른 승부수를 던졌다.
한화큐셀은 ‘속도전’에 무게를 뒀다. 실리콘셀 생산라인(퍼크·PERC)에 산화막을 추가로 삽입하는 ‘톱콘(TOPCON)’ 방식을 택했다. 기존 라인과의 호환성이 높아 설비 전환이 용이한 만큼 양산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초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취지다. 한화큐셀은 이미 기가와트(GW)급 탠덤셀 양산을 위한 상·하부셀 모듈 공장 설계에 착수했다. 2029년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중장기적 ‘품질’에 집중하고 있다. 이종접합 기술인 ‘헤트로정션(HJT)’ 방식이 무기다. HJT는 설비를 새로 깔아야 해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이 크지만 200도 이하의 저온 공정이 가능한 데다 제품 수명과 효율이 뛰어나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탠덤셀 시장은 한·중 양강 구도로 좁혀졌다. 룽지에너지, 진코솔라 등 중국 태양광 기업은 최근 1㎠ 크기의 소면적 셀에서 효율 30% 이상을 달성했다고 발표하며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한국이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대면적 규격의 양산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저가 공세를 앞세운 실리콘셀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탠덤셀도 타이밍을 놓치면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며 “국내 기업이 먼저 상업화에 성공해야만 시장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