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애플 맥미니에 반격…엔비디아 손잡고 AI용 PC 공개

입력 2026-06-03 04:02
수정 2026-06-03 04:09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연산의 최대 병목 중 하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상의 수많은 PC에 있는 칩을 활용하면 어떨까.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상상하기 어려울 막대한 연산 능력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나델라 CEO는 연산 능력을 데이터센터가 아닌 "책상마다, 가정마다 무한한 지능을 끌어다 쓰는 시대"를 선언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MS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2026'의 핵심은 '온디바이스 AI' 전략이다. 그간 클라우드에서 작동하던 AI 모델을 데스크톱·노트북 등 기기 내에서 작동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MS는 새 개발자용 AI PC인 '서피스 RTX 스파크 데브박스'를 공개했다. 엔비디아의 강력한 RTX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해 최대 1페타플롭스(PFLOPS)의 AI 연산 성능을 자랑한다.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는 20개이며 128기가바이트(GB)의 통합 메모리를 확보했다. 다수 코어를 통해 더 많은 AI에이전트를 동시에 실행하고, 통합 메모리를 통해 GPU·CPU·신경처리장치(NPU) 등이 하나의 메모리를 공유해 병목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애플의 초소형 데스크톱 '맥미니'를 정조준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작지만 강력한 데스크톱 박스라는 형태부터, AI에이전트 구동에 최적화된 기기라는 이유에서다. 맥미니는 지난해 말부터 AI에이전트 '오픈클로'가 개발자 사이에서 유행하며 내달까지 세계 전 매장에서 품절되는 등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MS는 기조연설에서 오픈클로 작동을 시연했다. 핵심은 오픈클로의 활동 권한을 제한하는 안전장치 '마이크로소프트 실행 컨테이너(MXC)'다. 오픈클로는 사용자의 파일·기기·대화에 폭넓게 접근하는 강력함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사용자 이메일과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삭제하는 등 안정성 논란이 불거져 기업이 도입을 꺼렸다. MS는 에이전트가 건드릴 수 있는 파일과 네트워크를 OS 차원에서 울타리 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 발표자가 오픈클로에 "바탕화면의 모든 파일을 지우라"고 명령하자, 에이전트가 삭제를 시도했지만 MXC가 '읽기 전용'으로 막아 사진 94장이 그대로 남았다.

기기에서 작동하는 소형 AI모델도 공개했다. 요약·재작성 등 일상적 텍스트 처리를 빠르고 가볍게 수행하는 모델 '아이온 1.0 인스트럭트'와 140억개 파라미터를 갖춘 '아이온 1.0 플랜' 두 가지다. 아이온 1.0 플랜은 도구 호출 기능을 갖춘 추론 모델로,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안에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하위 작업을 분배하는 '완전 로컬 에이전트'를 가능하게 한다.

MS는 PC 이후를 겨냥한 새 기기 프로젝트 '솔라라(Solara)'도 처음 공개했다. 핵심 메시지는 "다음 컴퓨터는 한 대의 기기가 아니라, 여러 기기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AI 에이전트가 상황에 맞춰 가장 가까운 기기에 나타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시제품 두 종류가 소개됐다. 하나는 책상 위에 두는 고정형 기기로, 미디어텍 칩을 쓰고 얼굴 인식으로 로그인하면 곧바로 업무용 AI에 접근한다.

다른 하나는 직장에서 흔히 쓰는 출입 카드(배지)를 재해석한 착용형 기기다. 퀄컴 칩을 얹었고 지문으로 잠금을 풀며, 카메라·마이크가 달려 있다. 발표자는 배지를 들고 "오늘 소셜미디어에 올릴 콘텐츠를 모으라"고 음성으로 지시한 뒤 청중들을 촬영하는 시연을 선보였다. 의료 현장에서는 간호사가 이 배지로 손을 쓰지 않고 음성으로 기록하거나, 약품을 스캔해 확인하는 식의 활용이 가능하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