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지방선거 본투표가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1만4288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첫 전국 단위 민심 평가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4년간 지방행정을 이끌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각각 16명, 기초단체장 227명, 광역의원 933명, 기초의원 3035명을 뽑는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14개 지역구의 향배도 함께 결정된다. 지난달 29~30일 실시된 사전투표율은 23.51%로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야는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선거 전날인 2일까지 총력전을 펼쳤다. 더불어민주당은 60%를 웃도는 이재명 대통령 지지세를 앞세워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유능한 지방정부 일꾼론’을 내세웠다. 이날 강원과 서울 일대에서 유세를 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 지원 유세에 나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구속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해 “‘감옥 3인방’을 이제 역사 속으로 보내야 한다”며 “국가 정상화와 일 잘하는 지방정부를 위해 민주당을 선택해 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거대 여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며 ‘지방권력 견제론’을 전면에 내걸었다. 서울과 충남 등에서 마지막 유세를 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방정부까지 민주당에 넘어가면 이 대통령의 오만은 마지막 레드라인을 넘게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한 사람만을 위한 나라가 되는 것을 막아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여야는 시·도지사 선거에서 서울 대구 부산 경남 충남 전북을 승부처로 보고 있다. 재·보궐선거에선 경기 평택을, 부산 북구갑이 초접전 지역으로 꼽힌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6·3 지방선거는 1995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30년이 흐른 시점에 치러지는 일종의 분기점이 될 선거”라며 “지역 인구 감소 시대에 내 삶과 직결된 지역의 위기를 돌파할 적임자를 선택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은 주택, 경기는 출퇴근 해결…지방선 "삼성·테슬라 공장 유치"
영·호남, 대기업 등 유치 내걸어…돔구장·아레나 선심성 사업도
6·3 지방선거에서 서울 대구 등 격전지는 후보자들의 주택·교통·복지 공약이 막판 유보층의 판단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번 선거에선 유독 대기업 유치, 랜드마크 시설 건립 등 난도 높은 공약이 돌출하며 유권자의 시야를 흐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란 세력 청산론’ ‘정권 심판론’ 같은 거대 담론에 가려지기 쉬운 민생 경제 공약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수도권은 ‘집과 교통’
주택 공약이 핵심인 서울시장 선거에선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착착개발)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신통기획 2.0)가 각각 30만 가구 이상 주택 공급을 내걸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름만 다르고 별 차이가 없다”면서도 “정 후보는 도시재생과 재개발을 어떻게 병립할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주거 취약 계층과 관련해선 정 후보는 지하·옥탑 수리, 성동구가 지원해온 청년상생학사 확대, 신혼부부 우선 3만 가구 공공임대 등을 꼽았다. 오 후보는 자녀 출산 시 전세 주택의 매수 청구권 부여, 지분 20% 매입만으로 원하는 집을 사는 ‘바로내집’, 대학 신입생 원룸 지원 등을 공약으로 들었다.
경기는 교통 공약이 현안이다. 추미애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수도권 원패스’ 도입을 내걸었다. 경기·인천과 서울의 교통카드를 하나로 묶는 것이 핵심이다. ‘경기 편하G버스’ 두 배 확대도 추진한다. 예약제 광역버스를 늘려 출퇴근 대란을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경쟁자인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는 경기 남부 주요 도시를 도로·철도 등으로 연결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반도체 고속도로’다. 이와 함께 70대 고령층의 교통비 지원 등을 담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조기 개통은 여야 공통 공약이다.
경남에선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노동자 최저임금처럼 농민에게 마늘 양파 등의 최저가격 보장이 필요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1000개 이상의 태양광 기반 ‘햇빛소득 마을’도 조성한다.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는 인공지능(AI) 농기계와 농번기 인건비 추가 지원 등을 공약했다. 강원에서도 복지 강화 성격의 공약이 주를 이뤘다. 우상호 민주당 후보는 청년 공공주거 확대와 청년 마을 조성을,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는 1인당 월 최대 90만원의 도민연금 마련을 내세웠다. ◇기업 유치 공약 ‘남발’최대 격전지인 대구와 부산에선 대기업 유치와 복합 시설 건립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SK하이닉스·삼성전자 공장 유치와 함께 내건 ‘테슬라 제2공장 유치’가 대표적이다. 이 공약은 TV토론회 과정에서 상대인 김부겸 민주당 후보와 실현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며 주목받았다.
반도체 기업 유치 및 산단 조성은 국민의힘에서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이철우 경북지사 후보 등이, 민주당에선 민형배 광주전남통합시장 후보·이원택 전북지사 후보 등이 줄지어 공약했다. 반면 여야 경기지사 후보들은 “이미 건설 중인 용인 반도체 산단을 더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에선 전재수 민주당 후보가 ‘북항 다목적 돔구장’을,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영도 K팝 아레나’를 꺼내 들며 맞붙었다. 이 같은 랜드마크 공약은 조 단위 예산 문제에도 충남, 충북, 성남 등지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등장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 대선과 지선 사이 간격이 짧다 보니 네거티브·팬덤 정치의 힘만 강해지고 정책은 남발됐다”며 “선심성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유권자가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창/이시은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