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사이에서 ‘슈퍼임차인’으로 불리던 스타벅스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과거 스타벅스 입점은 고액 임대료 수입과 건물 가치 상승의 보증수표로 통했지만 ‘탱크데이’ 논란 이후 양상이 달라졌다. 스타벅스 불매 운동이 확산한 데다 마케팅과 관련한 불만까지 커지며 입점 건물을 매물로 내놓거나 다른 임차인을 찾는 임대인이 늘고 있다. ◇감정가보다 48억원 낮게 거래되기도2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상가 거래를 주관하는 부동산중개법인 R사에 매물로 나온 스타벅스 입점 건물은 총 32곳이다. 서울 더북한산점, 한남동 스타벅스R, 삼청동점, 성신여대입구역점, 숙대점 등 유명 매장도 포함됐다. 올해 4월 중순 매물이 20곳 수준이던 점을 고려하면 한 달여 만에 약 60% 증가했다. 이 중개법인에 최근 매각 의사를 타진한 매장도 15곳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벅스 입점 건물의 가격은 예전 같지 않다. 남한강 조망으로 유명한 경기 더양평 드라이브스루점(DT)은 지난해 10월 134억원에 거래됐다. 감정가(182억원)보다 48억원 낮은 수준이다. 서울 화양동 스타벅스 건국대점 입점 건물도 올해 245억원에 거래돼 2021년 매매가보다 4.3% 낮아졌다. 청진동의 3층짜리 스타벅스 건물은 두 달 새 공매가가 104억원에서 74억원으로 떨어졌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탱크데이 사태가 ‘찬물’탱크데이 사태 이후 스타벅스 점포 매출이 가파르게 꺾이자 건물주 사이에서는 건물 가치 하락 불안이 커지고 있다. 스타벅스는 전국 매장을 100% 임차해 운영한다. 대다수 매장은 점포 매출의 12~15%를 임차료로 지급하는 ‘매출 연동형 임대차 계약’을 적용하고 있다. 매출이 늘어날 때는 건물주도 함께 수익을 누리지만 이번처럼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면 임대 수익 감소와 건물 가치 하락으로 직결된다. 점포당 평균 월 임대료는 2023년 1655만원을 기점으로 하락해 2025년 1568만원으로 내려앉았다.
한경에이셀 데이터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난주(5월 24~30일) 신용카드 결제액 추정치는 212억원이다. 2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것으로, 사태 이전인 5월 둘째주(319억원)와 비교하면 33.5% 줄어들었다. 경기 지역에서 스타벅스 DT 매장 건물을 보유한 김모씨는 “매출 추이가 걱정돼 매일같이 매장을 찾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가 매매·임대를 중개하는 김창래 비안공인중개사 대표는 “가격만 맞으면 팔겠다는 건물주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버디패스 둘러싼 갈등도 커져구독형 상품을 둘러싼 건물주와 스타벅스 간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스타벅스가 ‘구독 플랫폼’ 중심 운영을 강화하면서 건물주 사이에서 점포 매출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유료 구독 서비스 ‘버디패스’는 스타벅스와 임대인 간 갈등을 본격화한 계기로 꼽힌다. 2024년 10월 도입된 버디패스는 월 7900원을 스타벅스 본사에 내면 오후 2시 이후 제조 음료를 30% 할인받을 수 있는 구독형 상품이다. 임대인은 할인 확대로 점포 매출과 임대료 수익은 줄어들고, 구독료 수익은 본사가 가져가는 구조라고 반발했다. 반면 스타벅스 측은 버디패스가 고객 유입과 추가 구매를 유도해 오히려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일부 매장 임대인은 단체소송까지 제기했다.
스타벅스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4월 26개 매장의 할인액 비중은 10.9%로 전년 동기보다 1.4%포인트 상승했다. 할인 규모가 커질수록 임대료 산정 기준이 되는 점포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산에서 DT 매장을 임대한 이모씨는 “이번 사태 이후 매출이 급감했지만 임대인들은 스타벅스에 목소리를 냈다가 계약 해지로 이어질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라며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대부분 불만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