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코스피시장 대비 연일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닥 중·소형주를 대거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주 대비 상대적으로 덜 오른 데다 하반기 정책 모멘텀(상승 동력)이 풍부하다는 판단에 저점 매수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한 달 간 코스피에서 6조250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코스닥은 3조7820억원을 담았다. 기관과 개인이 이 기간 코스닥에서 각각 2조5789억원과 5322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기관과 개인은 대신 코스피를 각각 11조9230억원과 36조6620억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27조3235억원과 25조7949억원 팔았다. 현대모비스(-3조5347억원), LG전자(-1조8999억원), LG이노텍(-1조6762억원), 현대차(-1조6574억원) 순으로 많이 매도했다.
외국인 순매도 주식이 대부분 반도체 대형주와 최근 급등세를 탔던 종목에 쏠림이 심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리밸런싱(포트폴리오 비중 재조정)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순매도세는 리밸런싱에 의한 것이지 한국 주식을 팔고 떠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의 중·소형주 비중 확대는 눈에 띈다. 특히 하반기 정책 자금 집행 가능성이 있는 'AI·반도체 성장주' 수혜 기업들을 주로 담았다. 외국인은 이 기간 파두(반도체 설계·5125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고 에이비엘바이오(바이오·1576억원), 에코프로비엠(2차전지·1526억원), 이오테크닉스(반도체 후공정·1451억원), 하나마이크론(반도체 후공정·1217억원) 순으로 매수세를 보였다.
앞서 정부가 첨단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성한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1차 상품이 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22일 코스닥150 선물이 장중 6% 넘게 급등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매수 호가 일시 효력 정지)가 발동되는 등 정책 기대감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자금이 코스닥 중소·강소형 기술주로 유입될 것이란 기대가 투자 심리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만 시장에 공급되는 30조원의 자금은 코스닥 시가총액의 4%,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의 3일치 규모"라며 "직접적인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5년 고정 자금이라는 점에서 모멘텀 추종 자금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정책 자금 공급의 목적을 고려하면 코스닥 기술성장 상장 기업과 코스닥 벤처펀드 투자 가능 기업이 투자 대상이 될 것"이라며"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제약·바이오·IT·로봇·우주항공 등 관련 기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르면 오는 10월 도입되는 코스닥 승강제도 시장 활성화에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승강제는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스탠더드·관리군 총 3개 리그로 나눠 운영하고, 기업의 실적·규모·지배구조에 따라 상·하위 시장 간 이동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량 기업 중심의 체질 개선이 이뤄질 경우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조 연구원은 "승강제 도입으로 좀비기업이 퇴출되면 코스닥 전반의 이익이 개선되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며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강화하고, 코스닥 시장의 신뢰도를 개선해 외국인·기관 자금의 접근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