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적의 17세 체스기사 팜 쩐 자 푹이 아시아 체스 개인전에서 러시아 그랜드마스터를 꺾은 뒤 보안 검사를 받았다. 종료 시점에 제한 시간을 1시간48분이나 남긴 이례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부정행위를 한 것 아니냔 의심을 산 것이다. 검사 결과 전자기기 사용 등 부정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일(현지시간)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6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체스 개인전'이다. 경기 방식은 스탠더드 체스다. 양측은 각각 90분 안에 대국을 마쳐야 한다. 한 수를 둘 때마다 30초씩 추가된다. 41수부터는 선수마다 30분이 더 주어진다.
스탠더드 체스에선 선수들이 깊은 계산을 위해 많은 시간을 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부분 대국은 시계에 몇 분 또는 수십 분만 남은 상태에서 끝난다.
하지만 4라운드에서 자 푹은 전혀 다른 장면을 만들었다. 엘로 2450인 그는 7번 보드에서 엘로 2549의 사바 베토킨을 상대로 백을 잡았다. 자 푹은 이탈리안 오프닝을 선택했고, 베토킨은 투 나이츠 디펜스로 맞섰다.
초반부터 시간 격차가 벌어졌다. 베토킨은 4수째부터 한 수를 두는 데 3분 넘게 썼다. 8수에 이르렀을 때 베토킨의 남은 시간은 58분이었지만, 자 푹은 1시간31분을 갖고 있었다. 이 시점부터 자 푹은 이미 작은 우위를 잡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에도 자 푹은 거의 계산이 필요 없는 것처럼 빠르게 수를 이어갔다. 14수 뒤에는 승세를 잡았고, 24수에는 기물 우위를 확보했다. 대국은 43수 만에 끝났지만 자 푹의 시계엔 1시간48분이 남아 있었다.
자 푹은 대국 뒤 이 매체를 통해 상대를 잘 알고 있어 심리적으로 편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베토킨과 앞서 두세 차례 만난 적이 있고 가장 최근 대결도 2023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대회였다고 설명했다.
자 푹은 "제가 준비한 오프닝으로 베토킨이 두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그는 제가 2년 전 한 대국에서 본 적이 있는 오프닝을 뒀다"고 했다.
너무 빠른 승리는 곧바로 보안 검사로 이어졌다. 자 푹은 "대국이 끝난 뒤 주최 측이 저를 보안실로 데려갔다"며 "전자기기를 사용했는지 스캐너로 꼼꼼히 검사했고 결과적으로 부정행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빠르게 이긴 대국들이 있어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겪었기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다"고 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