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도' 벽까지 깬다…'참이슬 소주' 도수 낮춘 결정적 이유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입력 2026-06-02 11:00
수정 2026-06-02 11:38
하이트진로가 대표 소주 브랜드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낮춘다. 기존 16도였던 도수를 15.7도로 조정한다. 회식 중심의 음주 문화가 약해지고 가볍게 술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소주 시장의 저도화 경쟁이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의 주질을 리뉴얼한다고 2일 밝혔다. 참이슬 후레쉬 리뉴얼은 약 2년 4개월 만이다. 리뉴얼 제품은 이달 중순부터 전국 유통채널에서 순차적으로 판매된다.

이번 리뉴얼의 핵심은 도수 인하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 알코올 도수를 기존 16도에서 15.7도로 낮췄다. 회사 측은 시장 전반에 확산한 저도화 트렌드와 깨끗한 음용감을 선호하는 소비자 수요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주류업계에서는 이번 리뉴얼을 단순한 주질 조정이 아니라 소주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보고 있다. 과거 소주는 회식 자리에서 빠르게 소비되는 술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회식이 줄고 혼술, 홈술, 가벼운 외식 음주가 늘면서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낮은 도수와 부드러운 목넘김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젊은 소비자의 주류 선택지가 넓어진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2030세대는 소주만 고집하기보다 하이볼, 맥주, 와인, 저도주, 무알코올 음료 등을 상황에 따라 선택한다. 이 때문에 소주 업체 입장에서는 기존 소비자를 지키면서도 술맛이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신규 소비자를 끌어들일 필요가 커졌다.

경쟁 브랜드와의 구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의 ‘새로’가 부드러운 음용감과 낮은 부담감을 앞세워 시장에 안착한 뒤 소주업계에서는 저도화와 깔끔한 맛 경쟁이 더 거세졌다. 참이슬 후레쉬가 도수를 낮춘 것은 국내 1위 소주 브랜드도 이런 흐름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도수를 낮추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첫맛의 부담이 줄고 목넘김이 부드러워질 수 있다. 식당과 주점 입장에서도 “독하지 않은 소주”를 찾는 손님에게 권하기 쉬워진다. 다만 도수를 지나치게 낮추면 기존 소주 소비자가 기대하는 알코올감과 소주다운 맛이 약해졌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어 주질 조정이 중요하다.

하이트진로도 이 점을 의식했다. 회사는 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연구와 테스트를 반복해 새 주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도수는 낮추되 참이슬 후레쉬의 깨끗한 음용감과 소주다운 맛은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참이슬은 1998년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360ml 병 기준 약 413억병이 판매됐다. 단순 환산하면 1초당 약 47병이 팔린 셈이다. 국내 대표 소주 브랜드인 만큼 도수 조정은 주류 시장 전체의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하이트진로는 최근에도 참이슬 브랜드를 꾸준히 손봐왔다. 2024년에는 브랜드 전면 리뉴얼을 진행했고 지난해에는 페트 패키지를 바꿨다. 이번에는 주질과 도수를 조정해 소비자 선호 변화에 대응한 것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소주 저도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20도 안팎이던 일반 소주는 16도대까지 낮아졌고 이제는 15도대 제품도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음주량은 줄이고 분위기는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소주도 더 부드럽고 가볍게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저도화 트렌드로 소비자의 도수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번 리뉴얼을 진행했다”며 “소비자 의견과 시장 변화를 반영해 참이슬만의 깨끗한 브랜드 가치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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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