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인데 왜 이렇게 싸?"…'3000원템' 등장에 1020 '우르르' [트렌드+]

입력 2026-06-02 06:00
수정 2026-06-02 09:23

김밥, 샌드위치 등 간편식과 맥주, 와인 같은 주류 중심이던 동네 편의점 매대가 화장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높은 접근성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을 무기로 기존 화장품 시장 틈새를 공략하는 편의점이 새로운 뷰티 유통채널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이처럼 편의점 업계가 화장품을 특화 카테고리로 낙점해 역량을 집중하는 배경에는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2023년 5만4893개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지난 2024년 5만4852개, 지난해 5만3266개로 감소세다.

단순 출점 경쟁이 한계에 부딪히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업계는 내실을 다지고 점포당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 편의점만의 고유한 '특화' 강점을 내세우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화장품인 셈이다.

편의점들이 화장품 매대를 핵심 특화 영역으로 키우는 데는 다이소가 앞장선 '가성비 화장품' 열풍도 영향을 미쳤다. 다이소의 지난해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2024년) 대비 약 70% 증가했고, 올해 1~4월 들어서도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어났다. 판매 브랜드와 상품 수 또한 2024년 말 60여 개 브랜드, 500여 종에서 현재 170여 개 브랜드, 1900여 종으로 늘었다.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지자 대기업 브랜드들까지 가성비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생활건강이 CNP의 세컨드 브랜드로 출시한 'CNP 바이 오디-티디 스팟 카밍 젤'은 출시 3개월 만에 10만 개 이상 팔렸고, 아모레퍼시픽의 '미모 바이 마몽드'는 입점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다.


한때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우던 대형 뷰티 기업들이 저가 전용 라인을 별도로 만들어 입점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화장품을 가성비 채널에서 부담 없이 산다'는 인식이 안착하는 모양새다.

편의점 4사는 전국에 5만 곳이 넘는 점포망을 갖췄다. 기존 뷰티 강자 올리브영, 가성비 화장품을 판매하는 다이소의 전국 매장 수가 각각 1300~1500여 개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집 앞이나 퇴근길, 심야 시간대에도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접근성 역시 강점이다.

편의점 업계는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1만원 이하, 심지어 3000원대 안팎의 가격 장벽을 허문 실속형 균일가 제품군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화장품 매출 중 1020세대 비중이 약 70%에 달하는 CU는 중·고등학교, 학원가, 관광지 등을 중심으로 뷰티 특화 편의점을 확대 중이다.

CU가 판매하는 제품은 대부분 1만원 이하 소용량·실용형 라인업으로 구성해 학생 소비자 가격 부담을 낮췄다. 최근에는 토니모리 립 메이크업 신제품 9종을 단독 선론칭하는 등 구색을 넓히는가 하면 인공지능(AI)이 고객 퍼스널 컬러를 분석해 4구 화장품 완제품을 즉석에서 제조·제공하는 '메이크업 팔레트 메이커'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매장 고도화에 나섰다.


GS25는 협업 기반의 '3000원 균일가' 전략으로 매대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싸이닉, 마녀공장, 메디힐 마데카21 등 인지도 높은 기초 전문 브랜드와 손잡고 소용량 화장품 44종을 상시 카테고리로 안착시켰다. 이러한 전략에 힘입어 3000원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론칭 초기와 비교해 13배나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산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단순 점포 수 확장보다 점포당 매출과 체류를 높일 수 있는 카테고리 다변화가 중요해졌다"며 "높은 접근성과 가격 부담 없는 편의점 뷰티가 고물가 시대 속 새로운 화장품 구매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