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윈도우 PC시장 진출…인텔·AMD가 주도한 'x86'체제에 도전

입력 2026-06-01 21:15
수정 2026-06-0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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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윈도우 인공지능(AI) PC 시장에 진출하며 인텔과 AMD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인텔과 어드밴스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가 약 40년 가까이 주도해온 PC의 ‘x86’아키텍쳐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이 될 전망이다.

1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젠슨황 CEO는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전시회에서 새로운 RTX 스파크 슈퍼칩이 올가을부터 델 테크놀로지와 레노버를 비롯한 주요 PC 브랜드의 노트북과 데스크톱 컴퓨터에 탑재된다고 밝혔다.

RTX 스파크는 엔비디아가 슈퍼컴퓨터 (DGX)용으로 개발한 '그레이스 CPU와 블랙웰 GPU 아키텍처를 노트북 크기(14mm 두께)로 축소한 칩이다.

이 제품은 대만의 미디어텍과 협력해 개발한 마이크로프로세서와 그래픽 칩의 결합체로 ‘윈도우 온 암(Arm)’을 기반으로 윈도우 운영체제를 실행한다.

엔비디아는 RTX 스파크를 탑재한 첫 번째 신형 노트북이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해 설계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향후 개발될 버전에서는 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젠슨 황 CEO은 발표에서 "지난 40년은 앱을 클릭하고 타이핑하는 시대였지만, 이제는 PC에 요청하면 PC가 알아서 일하는 시대"라고 밝혔다. 즉 에이전트형 PC라는 뜻이다.

테크 전문 매체들은 이 PC의 성능을 분석하며, 128GB의 통합 메모리와 1페타플롭(1초에 소수점 계산을 1천번 하는 AI 연산 속도) 의 연산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서버(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노트북 안에서 1,20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거대 AI 모델을 직접 구동할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개발자가 코딩 버그를 잡거나, AI가 사용자의 수천 개 이메일을 뒤져 복잡한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개인 비서' 기능이 하드웨어 수준에서 완벽하게 지원되는 AI 에이전트PC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퀄컴이 스냅드래곤 시리즈로 '윈도우 온 암’(WoA)' 시장을 개척하려 했으나 스마트폰 칩 기반이라는 한계로 인해 파급력이 제한적이었다.

엔비디아는 10여 년 전에도 개인용 PC의 컴퓨터 프로세서 시장 진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었다. 이번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PC 제품군과 같은 경쟁사보다 훨씬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엔비디아가 이미 막강한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3년간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하며 윈도우 에뮬레이션 엔진을 최적화했다. 킬러 앱이라 할 수 있는 어도비는 포토샵과 프리미어 프로의 핵심 렌더링 엔진을 이 칩에 맞춰 바닥부터 새로 구축해 최대 2배 빠른 성능을 낸다.

리그오브레전드나 발로란트, 배틀그라운드 등 인기 게임들도 전용 보안 프로그램과 함께 Arm 윈도우를 공식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칩이 아무리 좋아도 컴퓨터 제조사들이 외면하면 소용없지만 이번에는 주요 PC업체들이 모두 움직인다는 것도 종전과 다르다.

올가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노트북 울트라를 시작으로 델 XPS 16, 에이수스 프로아트, HP 옴니북, 레노버 요가, MSI 프레스티지 등 8개 플래그십 모델이 쏟아져 나온다. 에이서와 기가바이트 등 30종 이상의 노트북과 10여종의 데스크톱 개발도 확정됐다.

초기 제품들은 맥북 프로 최고 사양 라인업이나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을 겨냥한 ‘초프리미엄’ 시장에 포진해 윈도우 PC의 평균 판매 단가를 끌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과 AMD는 급격한 시장 점유율 방어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고, 퀄컴 역시 독점 지위를 잃고 엔비디아라는 거대한 공룡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편 이 날 미국증시 개장전 프리마켓에서 인텔은 약 6%, AMD는 4%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다. 퀄컴은 7% 급락했고 애플도 0.7%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3.1% 상승했고 엔비디아 주가도 2.2% 올랐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