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추진기관과 전술 지대지 무기 등을 개발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또다시 치명적인 폭발 사고가 발생해 7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과거 두 차례의 참사 이후 사측이 안전 대책 마련을 철저히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대형 참사가 재발하면서 한화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방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7년 만에 세 번째 폭발…누적 사망자 13명
1일 오전 10시 59분께 대전 유성구 외삼동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출동해 2시간 8분 만에 진화에 성공했으나, 폭발의 충격으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전신 화상을 입는 중상을 당했다.
소방당국과 한화 측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세척공실에서 추진제인 화약을 물과 세제로 씻어내는 작업 중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 대전공장의 사망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5월 고체 연료 충전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나 5명이 숨진 데 이어, 불과 9개월 뒤인 2019년 2월에도 로켓 추진체 연료 분리(이형) 작업 중 폭발로 근로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까지 포함하면 한 공장에서만 세 차례의 폭발로 1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덜 위험한 공정" 해명…여전한 안전불감증
과거 두 차례 참사 당시 한화의 경영진과 관리책임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대부분 유죄(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당시 방산부문 대표이사가 직접 대전 현장을 찾아 "근본 원인을 찾고 작업환경을 원격화·자동화하겠다"며 공식 고개를 숙인 바 있다.
특히 사고 직후 브리핑에서 한화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과거 사고 이후 큰 비용을 들여 해당 공정들을 자동화했다"면서도, "오늘 사고가 난 세척 공정은 당초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인지했던 사안이며, 물을 다량 사용하기 때문에 화약이 무력화되는 곳"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화약류를 다루는 방산 공장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위험의 경중을 사측이 임의로 판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록 전국화학연맹 한화노조 위원장은 현장에서 "노동자가 존재하는 사업장에 '덜 위험한 곳'이란 없다. 모든 공정이 다 위험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전문가들 역시 "추진체 개발 공정은 정전기 같은 아주 미세한 자극이나 충격에도 대형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극위험 환경"이라며 "사측이 방심한 틈을 타 안전 조치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소방 점검 대상서도 제외…사각지대 방치된 K방산 현장
법 제도의 허점과 부실한 감시 체계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와 올해 소방당국의 화재안전조사를 받았으나, 이번에 폭발이 일어난 세척동 건물은 조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폭발 장소는 면적이 작아 사측이 자체 점검을 할 뿐, 소방에 보고할 의무가 없는 곳"이라며 "공정에 대한 위험성 평가 역시 소방이 아닌 사측이 자체적으로 수행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동일한 사업장에서 유사한 대형 참사가 반복되었다는 것은 기업의 안전 관리 체계가 통째로 무너졌다는 뜻"이라며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경영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재해예방 시스템 전반의 고강도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촉구했다.
노동 당국과 경찰은 즉각 대전사업장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정확한 사고 경위와 위법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