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에너지, 이달부터 엔비디아에 AI용 회로박 공급

입력 2026-06-02 08:18
수정 2026-06-02 08:28
이 기사는 6월 1일 오전 11시 한국경제신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게재됐습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용 회로박을 이달부터 본격 납품한다. 당초 올 하반기부터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엔비디아 측 요청으로 시기를 앞당겼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공격적인 증설에 대비해 최근 파트너사에 기존 대비 10배 이상 많은 동을 대량 발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달부터 전북 익산공장에서 AI용 회로박을 본격 출하한다. 회로박은 A4 용지 두께의 20분의 1인 초박형 금속판이다. AI 가속기가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때 쓰이는 기초 소재로, 일반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보다 납품 단가가 3~4배 이상 높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AI용 회로박을 차세대 먹거리로 정하고,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을 생산하던 익산공장을 AI용 회로박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회로박을 생산하면 두산전자BG가 이를 기반으로 동박적층판(CCL)을 제조하고, 이수페타시스가 인쇄회로기판(PCB)을 제작해 최종적으로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구조다. 두 회사는 이달부터 엔비디아 공급을 본격화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본업이던 전기차 동박 비중을 줄이고, AI 회로박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현재는 익산공장 생산라인 일부를 활용해 회로박을 생산 중이지만, 내년엔 익산공장 전체를 AI 회로박 전용 생산기지로 탈바꿈한다. 생산능력(CAPA)도 올해 3700t에서 내년 1만6000t으로 늘릴 계획이다. 2028년 이후 생산라인도 추가 증설할 예정이다.

AI 회로박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은 점도 호재다. 글로벌 시장에서 AI용 회로박을 양산할 수 있는 곳은 일본 미쓰이금속광업, 한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솔루스첨단소재 정도다. 선두주자인 미쓰이는 최근 정체된 증설 스케줄로 폭발적인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솔루스첨단소재는 관련 자회사를 매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AI용 회로박은 고도의 압연 기술이 필요해 단기간에 라인을 전환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롯데가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그간 AI 열풍에서 소외된 롯데그룹이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본격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 거래일 대비 14.62% 상승한 6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