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국선전담변호사의 처우는 10년 넘게 사실상 동결 상태에 머물러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대법원에 따르면 국선변호인 선정 건수는 2021년 14만393건에서 2024년 17만8842건으로 27.4%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17만4174건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전국 국선전담변호사 정원은 2022년 234명에서 올해 259명으로 1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사건 증가 속도를 인력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국선전담변호사 보수는 2015년 이후 사실상 동결됐다. 신규 위촉자는 월 600만원(세전), 1회 재위촉 시 700만원, 2회 재위촉 때는 800만원을 받는다. 5년 차 이상은 경력과 무관하게 모두 월 800만원으로 고정되며 별도 성과급, 상여금, 퇴직금도 없다.
국선전담변호사 A씨(42)는 “도입 초기에는 1년 차부터 세전 800만원을 지급했는데 현재는 1~2년 차가 600만원을 받는다”며 “10년 이상 물가 상승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에서 사무실 운영비 명목으로 월 60만원을 지원받지만 직원 인건비와 4대 보험료, 관리비, 통신비, 복사비는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처우 문제는 보수에 그치지 않는다. 법원이 사건과 재판부를 사실상 일방적으로 배당하고 다른 업무 수행을 제한하면서도 법적 지위는 개인사업자로 분류해 근로기준법 보호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 병가, 출산휴가, 퇴직금 등 기본적인 안전망이 없다.
최근엔 특수상해 사건 피고인이 국선변호사 사무실에서 난동을 부렸으나 별도 경비 인력과 보안 장치 없이 대응해야 했던 사례도 있었다. 국선전담변호사 B씨(53)는 “살인, 성범죄 같은 강력 사건을 오래 맡다 보면 심리적 소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데, 이를 지원하는 체계가 전혀 없다”고 했다. 국선전담변호사 보수 기준은 국선변호정책심의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국선 변론의 실효성을 보여주는 무죄 선고율, 감형률 등 핵심 성과 지표조차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유진/임민규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