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년 연속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선대 회장 때부터 이어진 ‘인재제일’ 경영 철학을 이어가고,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행보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의 성과를 축하하면서 감사 인사를 표했다.
호암상은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이병철 창업 회장의 인재 제일, 사회 공익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제정한 상이다. 과학·공학·예술·사회 발전과 복지 증진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가 수상 대상이다. 부문별 수상자에겐 상장과 메달, 상금 3억원이 주어진다.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까지 36회 시상이 이뤄졌으며 188명의 수상자가 배출됐다.
이 선대회장 뿐만 아니라 이 회장도 호암상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기존엔 과학상 수상자가 1명이었는데, 이 회장은 이를 물리·수학 부문과 화학·생명과학 부문으로 나누자고 제안했다. 한국이 취약한 분야로 평가받는 기초과학에 투자를 늘려 산업 생태계의 기초를 닦겠다는 취지다. 이 회장이 호암상을 운영하는 호암재단에 실명으로 기부한 금액은 총 18억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등 삼성 주요 계열사 10곳의 기부금으로 보면 50억원에 달한다.
경제계에선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협상에서 진통을 겪은 직후 치러진 호암상 시상식이라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지난달 27일 2026년 임금협상 조인식을 연 이후 삼성의 경영 철학을 되돌아보겠다는 별도 메시지를 냈다. 향후 5년간 총 5조원을 마련해 ‘상생·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미래 인재 육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과학상 물리·수학 부문 수상자인 오성진 UC버클리 교수는 우주 블랙홀 내부에서 나타나는 불안정성을 수학의 비선형 쌍곡 편미분방정식으로 규명해 난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한 수학자다.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의 윤태식 위스콘신대 매디슨 교수는 낮은 에너지를 가진 안전한 가시광선만으로도 복잡한 유기 분자의 결합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유기합성 방법론을 개발했다. 공학상은 김범만 포스텍 명예교수에 돌아갔는데, 그는 휴대전화·기지국의 송신기 설계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고효율·고선형·고출력 무선주파수 전력증폭기를 개발했다.
의학상의 에바 호프만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는 인간 난자의 감수분열 과정에서 일어나는 염색체 분리 오류의 원리를 규명해, 불임 관련 질환의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예술상은 받은 조수미 소프라노는 세계적 성악가이고, 사회봉사상을 받은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은 치과 의사로서 전남 소록도에서 30여년간 한센인을 진료한 인물이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 수상자 가족 등 270여 명도 함께했다.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 등 주요 임원진도 참석했다.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 소속인 스벤 리딘 스웨덴 왕립학술원 회장도 노벨재단 관계자로 시상식에 참여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