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하는 계란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산란계가 대거 살처분된 데다 환절기 산란계 호흡기 질병과 이른 더위까지 겹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30구짜리 일반 계란이 동나면서 소비자들이 한 판에 1만원을 훌쩍 넘는 유기농 계란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사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경기 안산시 이마트 안산점을 찾은 이모씨는 계란을 사러 매장을 찾았다가 빈 매대를 마주했다. 이씨는 "일반 계란은 품절인 상태였고 15구에 7000원 안팎인 유기농 계란만 일부 남아 있었다"며 "아이 반찬을 만들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샀지만, 한 판에 1만4000원이라 생각하면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산 계란 한 판(특란 30구)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7378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은 6982원, 경기는 7605원이었다. 전국에서 계란값이 가장 비싼 곳은 8005원을 기록한 충남이다.
통계상 평균 가격은 7000원대지만, 소비자가 실제 매장에서 마주하는 체감 가격은 이보다 높은 편이다. 할인 물량이나 일반란이 먼저 빠지고 나면 매대에는 무항생제·유기농 등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만 남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마트를 찾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라면 통계상의 가격은 남의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계란값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공급 감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지난겨울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산란계 1134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여파로 지난달 기준 하루 평균 계란 생산량은 전년 동월보다 3.6% 줄어든 4579만개로 쪼그라들었다. 산란계를 늘리려면 병아리를 산란할 수 있는 6개월령 이상까지 키워야 하기에 생산 공백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생산 현장에서는 계란 공급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환절기에는 산란계 사이에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병이 유행하는 데다 닭은 더위에 약하기 때문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릴수록 산란계의 산란능력이 낮아져 계란 수급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계란값 강세가 장기화하면 제과·제빵, 간편식, 외식업계의 원가 부담으로도 번질 우려도 있다. 계란은 빵과 도시락, 분식류 등 다양한 먹거리의 기본 재료이기 때문이다. 식품 업계에서는 당장 제품 가격 인상이 나타나진 않더라도 할인 축소나 제품 구성 조정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수입란과 할인 지원으로 가격 안정을 유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미국산과 태국산 신선란 787만개를 수입했다. 여기에 이달까지 신선란 224만개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또한 내달까지 추가로 신선란 2000만개를 추가 수입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통해 6~7월 부족분의 약 36%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할인 지원도 병행한다. 농식품부는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와 연계해 계란 30구당 1500원을 할인하는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을 7월 1일까지 진행한다. 농협도 한국양계농협, 대전충남양계농협, 포천축협 등 양계 관련 농협이 하나로마트에 납품하는 계란을 판당 2000원 낮춰 공급하는 납품단가 인하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정부는 병아리 입식과 생산 회복이 진행되면 7월 이후 하루 계란 생산량이 전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입란만으로 국내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하루 계란 소비량이 5000만개 안팎에 달하는 상황에서 수입 물량은 단기 가격 안정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어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입란도 일부 효과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내 산란계 생산 기반이 회복돼야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계란값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