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마음 알고 싶어요"…반려인들 몰리는 '뜻밖의 시장' [트렌드+]

입력 2026-06-01 19:24
수정 2026-06-01 20:26

"고양이 타로, 펫 타로 있습니다."

지난 3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국내 첫 '운세 박람회'. 이곳에서 반려동물의 사주·타로까지 보는 부스가 등장했다. 74개의 사주·타로·관상 등 부스 가운데 4곳이 펫 사주·타로 상담을 진행했다. 비교적 규모가 큰 시장은 아니지만, 해당 부스는 반려동물을 더 이해하고 싶어 하는 보호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 휴먼화' 문화가 확산하면서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반려동물로도 확장되고 있다. 운세뿐만이 아니다. 11년간 서울숲에서 '꿀잠대회'를 열어온 유한킴벌리는 올해 처음으로 반려견과 함께 참가하는 '개꿀잠대회'를 개최했다. 첫 행사임에도 경쟁률은 38대 1을 기록했다. 반려동물을 향한 소비가 사료·의료를 넘어 휴식·취미·운세 등으로 넓어지면서 새로운 소비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반려견한테 소비 맞춰요"…2030 사람·반려동물 동일하게 생각지난 31일 오전 9시, 서울 성동구 서울숲 잔디밭. 유한킴벌리가 올해 처음 개최한 '숲속 개꿀잠대회'에 참가한 30명의 보호자가 반려견과 함께 빈백에 누워 낮잠을 청했다. 각각 빈백 옆에는 돗자리와 참가자들이 가져온 이동장, 장난감, 손 선풍기 등 강아지들을 위한 용품이 놓여있었다. 대회 시작 전까지는 여기저기서 강아지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보호자들이 눈을 감자 반려견 또한 곁에 누워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잤다.



반려견과 함께한 뒤 소비와 생활 방식이 달라졌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박현수 씨(27)는 "일반 꿀잠대회랑 이번 대회랑 같이 당첨됐다면 이 대회에 왔을 것"이라며 "건빵이와 함께한 뒤 애견 호텔, 카페 등 강아지를 동반할 수 있는 곳인지를 우선으로 본다. 돈 쓰는 소비 방향이 건빵이한테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박씨와 함께 온 어머니 조영실 씨(57)는 "건빵이가 가족 안에서 가장 비싼 영양제를 먹고 있다. 건빵이가 온 이후에는 가족 외식도 한 적이 없다. 건빵이를 어디 맡기기보다 같이 데려가고 싶은데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그랬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인식은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졌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4년 전국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려동물 양육 경험·펫팸족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가족·사람과 동일한 수준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이 66.7~68.3%로 2030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응답 59.8%보다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숲속 개꿀잠대회 역시 2030 여성 신청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유한킴벌리는 반려견을 가족처럼 여기는 젊은 세대의 관심이 행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반려동물 이해 위해 '펫타로·사주'까지…국내 반려인 1500명 넘어
이처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인식은 생활 방식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이해하려는 방식'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같은 주말 열린 운세 박람회에서는 반려동물의 사주·타로를 봐주는 부스도 등장했다. 펫타로 상담을 진행한 심상욱 씨(40)는 "타로 자체가 상대방의 마음 등 사람 심리가 궁금할 때 주로 보는데 동물은 대화가 불가능하니 반려동물의 마음을 알기 위해 펫타로를 보는 분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3년 전부터 펫타로를 시작한 해담은 심리상담 센터 대표 박상근 씨(45) 또한 "펫 타로·사주 시장에 잠재적인 수요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반려동물을 키우나 떠나보낸 보호자들이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일환으로 타로를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려인 수가 15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펫휴면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KB경영연구소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반려 가구는 591만 가구(전체 가구의 26.7%), 반려인은 1546만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를 지난 2022년 8조5000억원에서 2032년 21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