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폭탄'에 휘청이는 한국…일본 노조는 '생존' 택했다

입력 2026-06-01 11:13
수정 2026-06-01 13:13
국내 노사관계가 '영업이익 N%'를 성과급으로 토해내라는 노동계 압력에 휘청이고 있다. 경영계에선 일본 도요타 노조를 모범 사례로 제시하면서 기업 생존과 생산성 향상을 노사가 함께 고민하는 노사관계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일 보고서 '도요타 노사관계의 시사점'을 발표했다. 경총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내 노사관계 문제점으로 △기업 이익 분배 요구 등 분배적 교섭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에 따른 산업현장 혼란 증가 △파업 만능주의·과격투쟁 만연 등을 지목했다.

경총은 특히 최근 국내 대기업 노조 사이에서 '영업이익 N%' 또는 '순이익 N%' 지급을 요구하는 흐름이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복수의 국내 대기업 노조는 영업이익 중 10~30% 수준을 요구하면서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경총은 이 같은 요구가 단기적 이익 배분에 집중된 교섭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대전환기에 필요한 연구개발이나 미래 기술 투자 재원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것. 또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의 '기득권 지키기'로 이어질 경우 노동시장 이중구조·사회적 위화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기업을 상대로 한 협력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도 우려했다. 경총은 고용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개정법 시행 한 달간 1011곳에 이르는 하청 노조가 원청 사업장 372곳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들 노조 조합원 수는 약 14만6000명. 전체 노조 조합원 수 가운데 5% 수준이다.

경총은 "노동계는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의제에 대해서도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사용자 범위와 교섭의제를 두고 노사 간 분쟁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사업장 점거 농성이나 파업을 거리낌 없이 활용하는 교섭 관행도 비판했다. 경총은 "노동계는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대화보다는 파업을 통한 문제해결에 나서는 '파업 만능주의'에 대해 비판을 받아왔다"며 "산업현장에서는 노동계가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고공농성, 사업장·관공서 불법점거 등 과격투쟁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국내 노사관계 상황과 대비되는 사례로 도요타 노사협의회를 제시했다. 도요타 노사는 올해 네 차례 노사협의회를 열고 자동차산업 격변기를 돌파할 생존 방안을 논의했다. 경총은 도요타 노조가 무조건적인 분배 요구에 앞서 품질 저하와 생산 차질 문제를 먼저 제기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도요타 노조는 이익 분배를 요구하기 전 회사가 직면한 품질 저하·생산 차질 실태를 인정하고 '좋은 제품을 적기에 공급한다'는 생존 원칙을 강조했다.

키토 케이스케 도요타 노조 위원장은 지난 2월 1차 노사협의회 당시 "품질 문제로 인한 빈번한 가동 정지와 프로젝트 지연으로 고객은 물론 자동차 산업에서 일하는 550만명의 동료들에게 큰 폐를 끼치고 있는 상태"라며 "기존의 당연함과 일률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변혁에 방해가 되는 것이 있다면 성역 없이 재검토해 나가겠다는 것이 우리의 결의"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방식을 계속한다면 고정비는 오르기만 할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경총은 노조가 생산성 향상·원가 절감을 위해 스스로 일하는 방식의 비효율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한 대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생산성 향상이 빠진 고비용 구조는 결국 노사 모두에 부담이 된다는 공동체적 인식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경총은 "도요타 노조는 기술의 발달로 기존 인력이 대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무조건적인 고용 유지만 요구하는 대신 근로자 개개인의 기술을 연마해 대체 불가능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판매량과 영업이익 모두 압도적 1위인 기업조차 전례 없는 위기감 속에서 노조가 먼저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노조가 먼저 움직이겠다고 결의해 전사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