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Fed 의장 "인플레이션 측정 방식 바꿔야"…절사평균 물가 주목

입력 2026-06-01 11:22
수정 2026-06-01 11:35

케빈 워시 신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판단하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월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워시 의장은 Fed가 그동안 통화정책 판단의 핵심 지표로 활용해 온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보다 절사평균 물가 지표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발표된 물가 지표 간 큰 괴리가 논란의 출발점이라고 전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4월 핵심 PCE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해 Fed의 물가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극단적인 가격 변동 품목을 제거한 절사평균 PCE 상승률은 2.3%에 그쳤다. 같은 경제를 측정한 결과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석은 전혀 달라지는 셈이다.

워시 의장은 지난 4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내가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근원적인 인플레이션율이지 지정학적 변화나 소고기 가격 변동 같은 일회성 가격 변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세나 지정학적 충격, 특정 품목 가격 급등락이 물가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워시 의장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역시 일회성 가격 충격을 충분히 걸러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신 가격이 가장 크게 오른 품목과 가장 크게 내린 품목을 일정 비율 제거한 뒤 산출하는 절사평균 물가 지표가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파악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산출하는 절사평균 PCE는 과거 장기간에 걸쳐 미래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 데 핵심 PCE보다 우수한 성과를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 지표에도 약점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2021년 절사평균 PCE는 실제 물가 압력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당시 많은 정책당국자는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했고 절사평균 지표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Fed는 뒤늦게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야 했다.

원인은 지표 설계 방식에 있었다. 댈러스 연은은 과거 수십 년간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품목들은 일시적이었던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물가의 진짜 흐름을 보려면 상승 품목을 더 과감하게 쳐내는 게 맞다고 보고 절사평균 지표에서도 상승 품목을 더 많이 제거하도록 설계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가격 상승 폭이 훨씬 커지면서 오히려 물가 상승 압력을 과소평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도 비슷한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4월 기준 절사평균 PCE는 핵심 PCE보다 1%포인트 가까이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댈러스 연은은 관세 영향을 크게 받는 상품 가격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시장과 물가 연구를 수행하는 싱크탱크 임플로이 아메리카는 상승 품목과 하락 품목을 동일한 비율로 제거한 새로운 절사평균 지표를 산출했는데, 이 수치는 4월 기준 3.0%로 핵심 PCE와 훨씬 가까운 수준을 기록했다. 또 주거비 등 일부 항목을 제외한 별도 물가 지표는 2.8%를 기록하며 1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 Fed 이코노미스트인 리카르도 트레치는 “문제는 Fed가 일회성 가격 충격을 무시하는 것이 원칙 있는 정책 프레임워크가 될 것인지, 아니면 불편한 물가 지표를 외면하는 수단이 될 것인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