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사슬을 끊겠다는 ‘한강의 기적’과 같은 변화의 흐름이 동아프리카 주요국인 에티오피아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에티오피아의 자존심이자 에너지 주권의 상징인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이 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독보적인 역사를 가진 나라다. 제국주의 시절 이탈리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역사적 경험도 있다. 1993년 에리트레아 독립으로 홍해 항구를 잃고 내륙국이 되는 지정학적 변화를 겪었지만, 에티오피아는 자생적인 도약을 선택해 왔다.
르네상스댐 건설 과정은 국민적 성원과 정부의 의지가 함께한 대장정이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국제사회의 원조나 차관에 기대기보다, 1억2000만명의 국민 성금과 전 세계 에티오피아 동아시아 디아스포라의 기부 등을 통해 50억 달러(약 7조5000억원)가량의 자체 재원을 마련했다. 댐 건설 파트너로 저가를 앞세운 업체 대신 기술력이 검증된 이탈리아 기업을 선택한 것도 이 프로젝트를 대하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신중한 태도를 보여준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르네상스댐의 규모는 압도적이다. 발전 용량 5150메가와트(㎿)는 한국의 최신형 원자력 발전소 4~5기를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으로, 아프리카 최대 발전소로 평가받는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아프리카가 스스로 운명을 써 내려갈 힘을 대담하게 확인하는 상징”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에티오피아는 이 에너지를 기반으로 주변국에 전력을 수출해 외화 확보 기반을 넓히고, ‘아프리카의 제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거대한 심장인 발전소는 건설됐지만, 생성된 에너지를 실어 나를 핏줄인 송변전망 인프라는 추가 확충이 필요하다. 생산된 전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손실되는 병목 현상은 에티오피아 전력 산업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이 ‘미싱 링크’를 해결하는 것이 현재 에티오피아 정부와 국민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이 지점은 한국 기업들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세계은행(WB)과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등 다자개발은행(MDB)의 막대한 자금과 다양한 공적개발원조(ODA) 재원이 에티오피아의 전력망 현대화 및 기자재 확충 사업으로 유입되고 있다. 초고압 송전, 스마트 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민관 협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이다.
70여 년 전 에티오피아는 6·25전쟁에 황제 근위대 ‘강뉴 부대’를 파견해 우리의 자유를 지켜준 고마운 나라다. 이제는 양국 협력의 폭을 경제와 산업 분야로 넓혀갈 시점이다.
에티오피아의 국가적 성장 의지와 한국의 전력 기술이 만난다면, 양국은 단순한 원조 관계를 넘어 아프리카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전략적 동반자로 발전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는 자생적 경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르네상스댐을 계기로 전력 인프라 확충과 산업 기반 고도화가 이어진다면, 양국이 공생하는 경제 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다. 에티오피아가 꿈꾸는 르네상스의 여정에서 한국이 신뢰받는 파트너로 함께 나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