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에서 '양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4가지 방법 [더 라이프이스트-정인호의 통섭의 경영학]

입력 2026-06-03 17:54

협상에서 가장 많이 오해받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양보'다. 많은 사람들은 양보를 패배로 생각한다. 한 발 물러서는 순간 상대방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자신이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협상장에서는 끝까지 버티고 요구를 고수하는 사람이 강한 협상가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협상 현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양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사실 협상은 원하는 것을 끝까지 지키는 게임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양보는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양보했는가가 아니라 '그 양보가 어떤 효과를 만들어냈는가'에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협상가들은 상당한 비용을 감수하며 양보를 했음에도 아무런 대가를 얻지 못한다. 심지어 선의로 베푼 양보가 약점으로 받아들여져 추가적 요구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양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양보를 다루는 방식이 문제인 것이다. 협상에서 양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4가지 방법을 살펴보자.

첫 번째, 양보를 했으면 반드시 알려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스스로 의미를 전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협상은 행동보다 인식이 중요한 영역이다. 상대방이 그것을 양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면 실제로 양보를 했더라도 아무런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은 그것을 당연한 수정이나 처음부터 가능했던 조건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무엇을 포기했는지, 그것이 왜 어려운 결정이었는지, 그로 인해 상대방이 어떤 이익을 얻게 되었는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두 번째는 상호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인간 사회는 기본적으로 기브&테이크의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 누군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면 나 역시 무언가를 돌려줘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 그러나 협상에서는 이 원리가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상대방은 당신의 양보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협상가는 양보를 한 뒤 상대방의 보답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보답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가격을 양보했다면 일정 조정을 요청할 수 있고, 추가 지원을 제공했다면 향후 거래 확대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당신이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신 자신이다. 그것을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자신이 주기 쉬운 것만 제공할 뿐이다.

세 번째는 조건부 양보를 활용하는 것이다. 협상은 이상적으로는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렇지 않다. 상대방이 지나치게 이기적이거나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상황도 많다. 이런 경우 무조건적인 양보는 협상 전략이 아니라 위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양보와 상대방의 행동을 명확하게 연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것을 제공한다면 귀사도 이것을 해줘야 한다”는 방식이다. 조건부 양보는 상대방에게 유연성을 보여주면서도 자신을 보호하는 장치가 된다. 특히 일회성 거래나 신뢰 수준이 낮은 협상에선 매우 효과적이다. 다만 모든 양보를 조건으로 연결하면 지나치게 계산적인 사람으로 비칠 수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균형 있게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양보는 한 번에 하지 말고 분할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협상을 빨리 끝내기 위해 자신이 준비한 양보안을 한꺼번에 제시한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다음 두 상황을 생각해보자. A는 길을 가다가 2만 원을 한 번에 주웠다. B는 오늘 길에서 1만 원을 주웠는데 다음 날 다른 길에서 또 1만 원을 주웠다. A와 B 어느 쪽이 더 행복감을 느낄까? A와 B 모두 2만원 이라는 금액은 동일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B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같은 이익이라도 여러 번 나눠 경험할 때 만족감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실생활 사례를 들어보겠다. 만약 집을 구매하는 협상에서 당신이 최대 4000만원까지 가격을 올릴 의향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부터 4000만원을 한 번에 양보하는 것보다 먼저 3000만원을 양보하고 이후 1000만원을 추가로 양보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상대방은 당신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자신의 요구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양보를 나눠 제시할수록 자신의 유연성과 협조 의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경영평론가(ijeong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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