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건축가 김원, 건축의 정수를 논하다 '건축은 예술인가'

입력 2026-05-29 17:14
수정 2026-05-29 17:19


"건축은 예술인가?’"
사람들은 이름난 건축물을 보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건축물 앞에 서서 그 조형적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한다. 유명 건축가들은 세계 각지에 이정표처럼 건축물을 세우고 대개는 이러한 작업에 엄청난 찬사를 보낸다. 이로써 보면 현재 건축은 하나의 예술로서 당당히 그 자리를 차지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건축을 과연 예술이라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거대 자본과 규모, 예술 지향으로 뒤범벅된 서양 건축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외국에서 서양 건축의 논리를 공부하고 돌아온 한국의 1세대 건축가 김원은 이 땅의 오랜 고건축에서 건축의 미래를 찾는다. 그는 대학에서 배운 소위 건축 예술론이라는 것에 대해 ‘그게 그렇지 않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건축 인생 대부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사색의 결과로 책'건축은 예술인가'를 썼다.

저자는 예술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과학, 사회, 경제, 정치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건축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다름 아닌 한국 고건축이다. 한국 고건축은 단순히 외형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철학적 사유를 함의하고 있다. 이 책에 삼봉 조광조를 비롯해 정암 조광조,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우암 송시열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사상가가 대거 등장하는 이유다. 이들은 건축가가 아닌데도 집의 ‘설계자’였다.

하나의 예가 도산서원(陶山書院)이다. 대제학을 지낸 조선의 대학자 퇴계는 공직에서 물러나 제자들과 함께 평생을 공부할 서원을 지었다. 저자는 이곳의 담백한 아름다움보다 먼저 서원 한편에 자리한 ‘열정(冽井)’이라는 우물과 ‘몽천(蒙泉)’이라는 샘물에 주목한다.

우물은 학문을 상징한다. 학문이란 한 우물을 파듯이 계속 퍼 올려서 학문의 물을 마시는 것이다. 그런데 퇴계는 지식을 탐하는 일이 재욕이나 식욕, 색욕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지식이 자기 것이 된 후에 혼자 갖지 않고 남한테 펼쳐줄 때 그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여겼다.

‘몽천’은 누구라도 앉아 마실 수 있는 작은 샘물이다. 그래서 ‘열정’과 ‘몽천’은 퇴계가 생각하는 학문, 즉 깊은 지식의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힘들게 퍼 올려 자기 걸 만든 다음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목마른데 마시도록 할 때 학문이 이뤄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노학자 퇴계의 사상이 담긴 공간이다.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건축은 그 형태로서만 설명되지 않으며,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사상의 표현이었다. 지금 사람들은 건축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짓고 있을까? 한국 건축과 주거 문제에 사상적 화두를 던지는 이 책은 ‘사상’, ‘집터’, ‘생태’, ‘크기’, ‘풍경’, ‘여백’, ‘절제’ 등 간결한 제목의 열세 개 장으로 건축을 논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건축을 예술의 개념이 아닌 인문학의 개념으로 바라보길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세계에 알려야 할 인류 보편의 방식임을 한국 고건축을 통해 증명한다.

글_한소영(출판사 흰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