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이 22만원인데, 숙소가 60만원이니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됐죠."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인 30대 A씨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 부산 콘서트 티켓 예매에 성공하고도 한숨을 쉬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그는 티켓팅을 마치고 곧바로 부산행 KTX와 공연장 인근 호텔을 알아봤지만, 식비까지 총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예산에 망설이며 결제 버튼을 눌렀다고 했다.
오는 6월 12, 13일 부산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팀의 데뷔 기념일과 겹쳐 팬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공연으로 여겨진다. 이에 국내 팬들은 물론이고 해외 팬들까지 대거 부산에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연은 일찌감치 양일 모두 전석 매진됐다.
콘서트는 저녁 7시에 시작해 최소 2시간 30분가량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연이 끝나고 부산역으로 황급히 출발한다고 쳐도, 대규모 인파 속에서 택시·지하철 이동에 변수가 생길 수 있어 마지막 시간대 KTX 탑승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에 숙박이 불가피하지만, 치솟은 숙박업소 가격에 팬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찜질방 밤샘을 고려하는 팬들까지 생겨나자,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직접 "마음이 안 좋다"면서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적당히들 하자"라고 '바가지 요금'을 지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외국인 팬들은 숙박이 필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방탄소년단 공연의 관광객 유입 효과는 앞선 광화문 공연과 고양 콘서트로 입증된 상태다.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고양 공연 기간 3일 동안 외국인 방문객 수는 4만858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5배 증가했다.
공연을 관람하는 것 외에 일대를 관광하며 소비를 일으키는 '팬슈머' 양상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광화문 공연을 찾은 외국인은 평균 8.7일을 체류하며 1인당 353만원을 소비했다. 올해 1분기(1~3월) 방한 외국인의 평균 체류일(6.1일)보다 43% 길었고, 평균 지출액(245만원)보다도 44% 많았다. 고양 공연에 참석한 외국인도 '방탄소년단 더 시티 프로그램'이 열리는 서울 용산, 명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을 연계 방문하면서 평균 7.4일 체류, 291만원을 지출했다. 일반 방한객보다 체류일과 지출액 모두 1.2배 많았다.
부산 출신인 멤버 지민은 "(팬들이)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갔으면 좋겠는데"라며 속상함을 내비쳤지만, 공연 당일 숙박업소 가격은 여전히 평소 대비 상당히 높게 책정돼 있다. 공연을 2주 앞둔 지난 29일 기준으로도 예약 가능한 숙소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격 장벽이 높은 탓이었다. 공연 관련자들마저도 공연장과 거리가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다는 전언이다.
공연장이 있는 연제구에 속한 한 호텔은 콘서트 전주(약 19만1000원)보다 3배 오른 57만원을 1일 숙박비로 책정했다. 전주(10만9000원)보다 무려 8배가량 비싼 86만원을 책정한 곳도 있었다. 8만원이었던 숙박비가 67만원으로 뛴 경우도 있다. 단, 바가지 요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일부 호텔은 가격을 조금씩 조정하기도 했다.
K-컬처의 글로벌 인기와 맞물려 관광이 주요 산업으로 부상한 가운데, 바가지 요금이 국가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5 관광불편신고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불편사항 총 1744건 중 바가지 요금 관련 불편신고가 222건으로 전체 12.7%를 차지했다.
현행법상으로는 바가지 요금을 직접 제재할 수단이 부족해 계도와 점검 수준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숙박업자는 게시된 숙박 요금을 준수해야 한다는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제7조'에 따라 부당한 추가 결제를 요구하는 등의 불공정거래행위에 초점을 맞춰 단속을 실시한다.
방탄소년단 공연 주간 2박 예약이 확정된 소비자에게 시중 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예약됐다는 이유로 입실 전 50만원 추가 결제를 요구한 사례, 2개월 전 예약이 확정된 소비자에게 숙박시설 이용 계약을 임의로 취소하고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한 사례, 예약이 확정된 소비자에게 객실 가격을 착오로 낮게 올렸다면서 취소를 3차례나 요구한 사례 등이 해당했다.
사업자들이 가격 정보를 공유해 가격을 결정하거나, 가격 하한액을 설정하는 행위, 부당하게 상품·용역을 끼워팔거나 거래를 강제하는 행위 등에도 엄중히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부산 및 창원, 양산 등 인근 지역의 대학 기숙사, 종교시설, 공공기관 연수원, 청소년 수련시설 등을 활용해 약 1300여 곳의 대체 숙소를 확보하고 순차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국가 이벤트 급으로 여겨지는 수준의 팀"이라면서 "팬들은 경험을 중시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큰 행사가 있을 때 K팝 본산지로서 좋은 기억을 남겨줘야 지속적인 수도권 외 지역에서의 공연 개최, 재방문 등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