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을 사실상 전량 처분하며 2조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다.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단기 주가 반등에 여전히 신중한 분위기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달 계열사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을 잇달아 매각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5일 하나은행에 두나무 주식 228만4000주를 1조32억원에 처분했고, 20일에는 한화투자증권에 두나무 주식 136만1050주를 5978억원에 넘겼다.
이어 28일에는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가 카카오 계열사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4%인 139만주를 6128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제 두나무에 남은 카카오 지분율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0.13%(4만5000주)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카카오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약 2조21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했다. 공개된 초기 투자금이 3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630배의 회수 성과를 거둔 성공적인 엑시트다. 초창기 카카오는 두나무에 2013년, 2015년에 각각 2억원과 33억원을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확보한 현금을 AI 사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올해 카카오는 범용성이 큰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 서비스를 고도화시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카카오톡 앱 내에서 일상 비서처럼 작동하는 '카나나 인 카카오톡' 서비스를 선보였다. 향후 에이전틱 AI에 최적화된 거대언어모델(LLM) '카나나 2.5'의 공개도 예고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부터 톡 내 대화에서 시작해 결제까지 완료되는 에이전트를 누구나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카카오의 중장기 비전은 5000만 이용자 모두가 개인화된 AI 에이전트를 보유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는 몇 년간 슬림화 작업을 단행해 왔다. 카카오는 2010년 카카오톡 출시 이후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계열 분사로 계열사 수가 140개를 넘어섰고, 2019년에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택시·미용실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며 시장의 신뢰가 흔들렸다.
이후 2024년 정신아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포털 다음(Daum) 지분 매각 등 비핵심 사업 정리로 계열사를 90여개까지 축소시키고, 본업인 카카오톡과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AI 신사업 재원 마련 소식에도 카카오의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카카오는 전장 대비 0.99% 하락한 4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6만2000원대에 거래되던 연초와 비교하면 약 35% 급락한 수준이다. 장중에는 3만85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의 AI 전략 방향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수익화 시점과 성과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카카오 목표주가를 기존 7만원에서 6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과 함께 AI 에이전트의 완성도를 높이는 시기"라면서 "다만 수익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며 다수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현재는 완성도를 높이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카카오 목표주가를 기존 7만8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낮췄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AI 도입을 통한 카카오톡 체류시간 성장세가 나타나기 전까지 재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멘텀이 다시 발생하기 위해서는 트래픽 상승세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며 "올 상반기 추가적인 체류시간 상승세는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KB증권은 재평가 조건으로 AI 기반 광고·커머스 성과 가시화를 꼽았다. 이지은 KB증권 연구원은 "광고 사업이 구조적 성장 구간에 진입하고 있으며 향후 에이전틱 커머스의 수익화 가능성까지 가시화될 경우 시장의 재평가 역시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카카오의 커머스 광고 비중이 아직 전체 광고 매출의 약 8% 수준에 불과하고, AI 기반 검색 광고 확대 여력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노조 리스크까지 겹치며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다음달 10일 경기 성남 판교역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카카오 본사 노조는 지난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에서 합의가 결렬되면서 쟁의권을 확보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계열사 노조 역시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정 대표는 사내 공지를 통해 노사 갈등과 서비스 개편 과정에서 불거진 혼란에 대해 사과하고 조직 개편 방안을 직접 공개했다.
정 대표는 "여러 우려와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점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카카오톡과 비즈니스 조직을 분리하고 사용자 의견을 반영하는 '유저 퍼스트(User First) TF'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파업 가능성과 사용자 이탈 우려가 동시에 커진 상황에서 내부 수습과 서비스 신뢰 회복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