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글로벌 원자재 전문 기업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이 국가 안보를 위해 원자재 확보에 속도를 내는 데 따른 결과다. 원자재 기업에 방위산업 성격까지 부여되며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시장 상장을 완료했거나 추진 중인 광산 기업은 최소 18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곳 대비 여섯 배 이상으로 늘었다. 상장 기업은 대부분 캐나다와 호주 광산 업체다. 일부 미국 스타트업도 포함됐다. 기업가치는 2500만달러(약 376억원)부터 75억달러(약 11조2770억원)까지 다양하다.
관련 기업들이 방산 수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안티모니, 희토류, 텅스텐, 우라늄 등 생산업체들이 전투기와 미사일, 레이더 시스템 제조용 원료 공급 업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투자자와 정부 자금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다. 과거 원자재 및 광산 전문 기업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 사이클과 수요·공급 전망 등 경제 논리를 중심으로 투자 유치에 나섰다. 최근에는 군수품과 무기체계 공급망 참여 가능성을 핵심 투자 포인트로 제시하고 있다.
텅스텐 개발 업체 가디언메탈리소시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미국 군수 수요 대응을 사업 목표로 제시했다. 가디언은 미군의 연간 텅스텐 수요가 2000~3000t이라고 강조했다. 텅스텐은 다양한 무기에 쓰이는 전략 광물이다. 가디언은 미국 전쟁부(국방부)에서 620만달러를 지원받았다.
안티모니 생산 업체 유나이티드스테이츠안티모니는 미국 국방물자국과 2억4500만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희토류 기업 리얼로이는 자사 프로젝트가 첨단 무기 시스템에 쓰이는 디스프로슘과 터븀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어어스아메리카스도 IPO 과정에서 방산 사업 확대 가능성을 주요 투자 논리로 내세웠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제한 조치 이후 원자재 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2024년 안티모니 수출을 통제한 데 이어 작년에는 텅스텐 수출 금지 조치까지 단행했다. 이후 미국은 자체 정제 시설과 공급망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군은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핵심 광물에 대한 소규모 정제 시설을 운영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120억달러 규모 전략 광물 비축 프로젝트인 ‘프로젝트볼트’를 출범시켰다. 미국 수출입은행이 주요 재원을 지원하는 구조다. 미국 정부는 MP머티리얼스 등 광물 기업에 직접 투자했다.
글로벌 핵심 광물 확보 경쟁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유럽연합(EU)은 텅스텐, 희토류, 갈륨 등의 공동 비축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일본과 미국은 원자재 가격 하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핵심 광물 공동 행동계획을 내놨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