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조원. 지난 7일부터 12거래일간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주식 규모다. 2주 가까이 외국인이 ‘팔자’ 모드를 유지하면서 지난 15일 8000을 터치했던 코스피지수는 20일 7053.84까지 밀렸다. 증권가에선 ‘단순 포트폴리오 조정’이란 분석이 우세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넘게 치솟으면서 시장의 불안이 커졌다.
코스피지수가 역대 최고치인 8100선을 넘어선 26일, 시장이 외국인의 움직임에 주목한 이유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현물시장(600억원)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개별 주식 선물은 총 5759억원어치 사들였다. 미·이란 전쟁 리스크와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 등 외부 악재가 일부 해소되면서 이날 기록이 외국인의 복귀 신호탄이 될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나란히 신고가 경신한 반도체 투톱이날 코스피지수는 간만의 상승가도를 달렸다. 장 초반부터 8000을 넘어서더니, 장중엔 8100선도 돌파했다. 7000선에서 꾸준히 코스피를 사들이던 개인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대거 순매도에 나섰는데도 장중 내내 8000선을 지켰고, 최종적으로 전거래일 대비 2.55% 오른 8047.51에 거래를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의 복귀가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외국인은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를 통해 현물시장에서 6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3거래일 만의 플러스 기록이다. 여기에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비롯한 기관 자금도 1조원 넘게 들어오면서 지수 상승을 떠받쳤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순매수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735억원)와 SK하이닉스(5024억원)의 선물 순매수액은 총 5759억원에 달했다.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 투톱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아직 훼손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끝났는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반도체의 기초체력이 강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2.22% 오른 29만90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30만2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로 208만7000원까지 올랐다가, 정규장에서 최종적으로 5.72% 상승한 205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종가가 2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주에 대한 이익 전망치 상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900조~950조원에 달하고, 이 중 75%가 반도체 산업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근거로 올해와 내년 코스피가 10,400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 기업의 주가는 아직 글로벌 반도체 기업 대비 싼 편이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삼성전자과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7.23배, 6.86배다. 엔비디아는 24.57배, TSMC는 25.97배다. 종전 기대감에 유가도 하락이날 코스피에서는 반도체주 외에 다른 AI 밸류체인 수혜주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자장비·기기주인 삼화전자는 상한가를 찍었고, LG이노텍(23.61%), 삼성전기(17.31%)도 두자릿수 상승폭을 나타냈다. 한화오션(10.23%), HD현대중공업(9.56%) 등 조선주도 하반기 수주 기대감에 상승 마감했다.
종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외적 환경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아직 미·이란 간 종전 협상안 타결까지는 세부적인 협의가 남긴 했지만, 더 이상 추가 충돌 가능성은 낮다는 데에 의견이 모이고 있다. 국제 유가도 하락세다. 지난 4월 120달러 선까지 올랐던 브렌트유 선물은 90달러 후반까지 내렸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정보기술(IT)·하드웨어주는 한 달간 이미 큰 폭으로 상승해 단기적인 가격 부담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2분기 실적 발표 기간까지는 상대적으로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