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증 30만원에 빌려드립니다.”
대학 축제 시즌이 시작되자 중고 거래 플랫폼과 SNS에는 낯선 거래 글이 쏟아졌다. 특정 대학 학생증을 빌려준다는 게시물이다. 게시물에는 성별, 학번, 2차 인증 가능 여부까지 적혀 있었다. 가격은 2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대까지 형성됐다. 출연하는 아이돌 라인업에 따라 몸값도 달라졌다.
대학 축제가 사실상 ‘아이돌 공연장’이 되면서 대학가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인기 아이돌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기 위해 외부 팬들이 몰리자 밤샘 대기와 학생증 거래, 입장 혼란 등이 반복되고 있다.
대학 축제는 일반 콘서트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인기 아이돌 무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 사이 ‘가성비 공연’으로 불리고 있다. 일부 팬들은 공연 시작 전날부터 학교 앞에 텐트를 치고 대기하거나 재학생 인증이 필요한 학교에 입장하기 위해 학생증 거래까지 시도하고 있다.
단순히 학생증을 빌려주는 수준을 넘어 공기계를 이용해 학교 애플리케이션에 로그인한 뒤 입장을 도와주거나 재학생만 답할 수 있는 확인 질문 목록과 답변을 미리 공유하는 등 축제 입장을 위한 각종 정보도 거래되고 있다.
학생증을 양도하겠다는 게시글을 올린 김모(23) 씨는 “유명 아이돌이 출연하는 대학 축제의 경우 학생증을 돈 받고 빌려주는 사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양도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금전적 이익을 노린 가벼운 행동이 축제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열린 경희대 가을 대동제에서는 재학생 확인 절차가 길어지면서 입장이 수십 분 이상 지연됐다. 인기 연예인 공연이 이미 시작됐지만 재학생들이 입장하지 못해 노천극장 좌석 일부가 비어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현장에는 밤샘 대기 인원이 몰렸고 학생증을 양도받은 외부인들의 입장이 제한되자 일부 관람객과 학교 스태프 사이 언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축제를 보러 갔는데 입장 줄만 4시간 넘게 섰다”, “재학생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불만 글이 이어졌다.
대학 측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인기 아이돌 섭외 경쟁이 과열되면서 축제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외부 인파까지 몰리며 안전관리 문제도 함께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대학은 모바일 학생증과 신분증 대조, 얼굴 확인 등 인증 절차를 강화하고 있지만 그만큼 입장 속도가 느려지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축제 관계자인 경희대 주거환경학과 학생회장 김광민(20) 씨는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현장 혼잡이 심해져 운영진과 재학생 모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안전과 원활한 운영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전했다.
이 같은 학생증 거래와 재학생 인증 우회 행위는 단순한 ‘편법’을 넘어 법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학생증을 타인에게 대여하거나 양도하는 행위는 학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며 학칙에 따라 퇴학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학생증 대여 행위로 재학생 전용 행사에 입장할 경우 업무방해죄나 공문서부정사용죄 등의 법률 적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에는 학교 애플리케이션 계정까지 공유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개인정보 유출과 계정 도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는 “학생증을 빌려준 이나 빌린 이 모두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학생증을 빌려 학교 측에 제시한 경우 공문서부정사용죄 및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축제 문화가 과열되며 안전과 질서 문제를 넘어 법적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현의 인턴기자 baehyeonu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