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부진하던 제약·바이오 주식이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이란 전쟁 소강 국면 진입과 정부의 첨단산업 지원 정책에 대한 기대 등으로 재평가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KRX 헬스케어지수 상승률은 30여 개 KRX 지수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이날 하루 상승폭은 5.83%로 약 2개월 반 만에 가장 컸다. 이달 들어 한올바이오파마의 신약 임상 성공, 알테오젠의 미국 경쟁사 특허 무효화 등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심리가 회복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지난 3월 바이오주 급락의 계기가 된 전쟁과 금리 상승 부담이 완화되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에 쏠린 투자 수요가 일부 바이오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연이어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긍정적인 임상 결과와 후속 기술수출 소식이 나오면 반등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수급 관점에서 국민참여형 성장펀드 조성과 코스닥 승강제 도입도 안정적인 흐름을 뒷받침할 재료로 꼽힌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주요 학회에서 구두 발표를 맡은 기업이 늘어나며 한국 바이오산업의 위상과 경쟁력 강화를 반영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K바이오의 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글로벌 학술대회 연이어 개최…임상결과 주목
한올, 자가면역치료제 임상 호조…알테오젠도 할로자임 분쟁 완화
국내 제약·바이오주가 최근 수개월간의 부진을 딛고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가 하락의 계기였던 금리 급등세가 최근 진정 국면을 나타내는 가운데 긍정적인 임상 결과 발표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 발표가 하반기 본격적인 상승을 이끄는 분기점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임상성과 공개’ 학회시즌 본격화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헬스케어지수는 최근 이틀 연속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22일에는 4499.49로 5.83% 올라 지난 3월 5일(11.31%)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올해 지난 2월 27일 5677.89로 사상 두 번째 고점을 찍은 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와 금리 급등이 투매를 유발한 영향이다. 바이오 기업은 미래에 벌어들일 수익을 현재 가치로 반영하기 때문에 금리 변화에 민감하다.
최근 바이오주 반등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대표하는 신약개발 대장주가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한올바이오파마가 지난 21일 파트너사 이뮤노반트를 통해 류마티스관절염 신약 2상(유효성 및 적정용량 확인) 중간결과를 발표한 직후 상한가로 치솟았다. 코스닥에서는 알테오젠의 반등이 투자심리를 회복하는 데 중심축 역할을 했다. 미국 특허심판원(PTAB)이 지난 12일 경쟁 관계에 있는 할로자임의 피하주사(SC) 제형 관련 특허를 무효화한 결정이 반등 계기로 작용했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플랫폼 대장주 알테오젠의 리스크 해소와 코스피 신약 대표주 한올바이오파마의 임상 성공이 맞물리면서 바이오 섹터 전반의 반등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이달 말부터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나올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간학회(EASL),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미국당뇨병학회(ADA),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 등 주요 학회 시즌이 본격화하면서 참가 예정 기업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이달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EASL에서는 디앤디파마텍이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의 48주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관계사 메타비아를 통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글루카곤 이중작용제의 고용량 1상(안전성 검증) 결과를 공개한다.
항암 분야에서는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열리는 ASCO가 관심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 루닛, 바이젠셀, 이뮨온시아 등은 항암 신약 후보물질 및 인공지능(AI) 진단 플랫폼 관련 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EULAR에는 현대바이오가, ADA에는 한미약품과 일동제약, 프로티나가 참가한다.◇하반기 기술수출 증가 기대도리가켐바이오와 오스코텍, 에임드바이오의 기술수출 및 임상 결과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학회 시즌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시장의 관심이 다시 실적과 실제 기술수출 계약 성과로 이동할 것”이라며 “단순한 데이터 공개를 넘어 임상 결과의 질적 검증과 후속 성과가 뒷받침되는 기업 중심의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도탄 항암제’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 기업 리가켐바이오는 하반기에 중국 포순제약에 기술수출한 ‘HER2(암세포 성장 관련 단백질)’ 표적 ADC의 유방암 임상 3상(허가 전 대규모 검증) 종료를 앞두고 있다. 오는 10월 유럽종양학회(ESMO)와 12월 미국혈액학회(ASH)에서도 주요 임상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표적 기반의 ADC 신약 후보물질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어 기술수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코텍은 후속 기술수출 기대주로 거론된다.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개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면역 혈소판감소증 치료제 ‘세비도플레닙’의 글로벌 임상 2상을 마치고 해외 파트너사들과 협업을 논의 중이다.
에임드바이오 투자자는 바이오헤이븐에 이전한 물질 1상 중간 결과 발표, SK플라즈마와 공동개발 중인 물질의 1상 승인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후보물질은 임상시험계획서(IND) 제출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유입을 앞뒀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별개로 자체 개발 중인 ADC 후보물질 2건 관련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라며 “신규 기술수출 기대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림/이우상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