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자신에 대한 고발장 내용을 공개하라며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고발장 세부 내용이 공개될 경우 피고발인이 수사 방향을 예측하거나 참고인 접촉에 나설 우려가 크다며 경찰의 비공개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덕)는 유 전 사무총장이 서울특별시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 출범 뒤 감사원은 유 전 사무총장의 직무 수행이 적절했는지 내부 조사를 벌였고, 4급 이상 공무원 근무성적평정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유 전 사무총장 사건을 맡은 소영진 변호사는 올해 1월 수사 대응을 준비한다는 취지로 감사원이 제출한 고발장 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고 수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수 있다"며 고발장 대부분을 가림 처리한 사본만 제공했다. 실제 공개본은 전체의 약 70%가 검게 가려진 상태였다.
이에 유 전 사무총장 측은 비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유 전 사무총장 명의가 아닌 변호사 명의로 정보공개 청구가 이뤄진 만큼 원고 자격이 없다는 경찰 측 주장도 나왔지만, 법원은 "분쟁의 실질적 당사자는 원고"라며 소송 자체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본안 판단에서는 경찰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비공개 처리된 부분에 대해 "고발장 첨부 증거자료의 명칭과 번호, 근무성적평가 대상자와 1차 평가자 이름, 당시 언행과 압력 행사 내용, 내부 조사 과정 진술 등이 포함돼 있다"며 "수사준칙상 피의자·변호인 열람복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건관계인 개인정보와 증거방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현재 사건이 수사 진행 단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미 종결된 사건과 달리 진행 중인 사건은 수사 정보 공개로 인해 직무 수행에 현저한 곤란이 초래될 위험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림 처리된 내용은 향후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수사관이 질문해 원고 입장을 확인할 사항들"이라며 "원고는 그 과정과 형사재판 절차에서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사 초기 단계에서 피고발인 측에 해당 내용이 공개되면 예상 질문을 미리 준비하거나 참고인들을 사전에 접촉해 회유·압력을 행사함으로써 수사 진행에 현저한 곤란이 초래될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