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사 합의했는데 "끝이 아니다"?…압수수색에 '발칵'

입력 2026-05-23 16:19
수정 2026-05-23 16:22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갈등 과정에서 제기된 고소·고발을 상호 취하하기로 했지만,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둘러싼 경찰 수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사내에서는 노사가 합의했는데도 수사가 계속되는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고소 취하만으로 절차가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최근 성과급 조정 회의에서 쟁의 기간 중 불거진 각종 민형사 사건의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0일 성과급 협상 잠정 합의가 이뤄진 뒤 나온 후속 조치다.

회의록에는 이번 조치가 '건강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 차원이라는 취지의 설명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하고 파업을 유보한 만큼, 사측도 처벌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다만 회사 내부에서는 고소·고발 취하 합의 이후에도 경찰 수사가 이어지자 '사측이 계속 수사에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의혹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은 피해자나 고소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도 수사가 자동으로 멈추는 구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고소 취하와 수사는 별개논란의 핵심은 삼성전자 임직원 개인정보가 무단 조회·이용됐는지 여부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31일 특정 부서의 사내 단체 메신저방에서 수십명 이상의 부서명, 성명, 사번, 조합 가입 여부 등이 담긴 엑셀 파일이 공유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노조 미가입자 명단을 작성·유포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됐고, 회사는 지난달 9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추가 고소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한 직원이 사내 시스템 2곳을 통해 약 1시간 동안 2만회 이상 임직원 정보를 조회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집된 정보에는 이름과 소속 부서, 인트라넷 ID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해당 직원이 자동 반복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이용해 대량의 정보를 확보했고, 이를 사내 다른 직원에게 파일 형태로 전달한 것으로 보고 지난달 16일 추가 고소를 진행했다.

노사가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는 계속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폭행, 협박, 명예훼손 등이 대표적이다.

노동조합법 위반 의혹도 마찬가지다. 노동조합법은 2001년 3월 개정을 통해 부당노동행위 등 법 위반 사항에 대한 처벌 규정을 반의사불벌죄에서 일반 범죄로 바꿨다. 조합원이나 비조합원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이용했거나 쟁의행위 참가를 강요한 사실이 확인되면, 노사 합의와 별개로 형사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노조 가입 정보' 민감정보 여부도 쟁점수사도 이미 진행된 상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8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서버를 압수수색해 정보 조회자를 특정했다. 지난 18일에는 평택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원의 메신저와 이메일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에서는 개인정보를 직접 조회한 행위자뿐 아니라 정보 수집·이용을 지시했거나 전달받은 관련자가 있었는지도 확인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수사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은 단순한 임직원 정보 조회를 넘어 '노조 가입 여부'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민감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 가입 및 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정보 등을 민감정보로 분류한다. 일반 개인정보보다 처리 요건이 엄격하다.

법조계에서는 당사자 동의 없이 노조 가입 여부를 수집하거나 이용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본다. 사측이 처벌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점은 향후 검찰 기소 여부나 법원 판단 과정에서 참작될 수 있지만, 고소 취하가 곧바로 수사 종결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갈등을 봉합하고 고소·고발 취하에 합의한 점은 노사관계 정상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과 노동조합법 위반 의혹은 사회적 법익과 맞닿은 사안인 만큼, 노사 합의와 수사기관의 판단은 구분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