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인재 뜨는데…이과생은 수학·과학 기피

입력 2026-05-22 18:08
수정 2026-05-22 18:09
이달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과학탐구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 비율이 최근 6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과 과목을 피하는 현상은 더 심화하고 있다.

22일 종로학원이 5월 학력평가를 치른 고3 학생 31만여 명을 분석한 결과 과탐 영역 선택 비율이 22.3%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21년 5월 과탐 선택자 비율이 44.8%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전년도 선택 비율 33.4%와 비교해도 11.1%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런 현상은 공부 부담이 작은 사회탐구 영역으로 수험생이 대거 갈아타는 이른바 ‘사탐런’이 급증한 결과다. 과목별 유불리 현상도 뚜렷하다. 이번 학력평가에서 화학Ⅰ 선택자는 1만2626명에 불과했다. 사회문화 선택자는 17만2574명에 달했다. 응시생이 많아야 등급을 받기 유리하다고 판단한 학생들이 사회탐구로 쏠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계열 최상위권인 의대에서도 사탐 응시를 허용하는 대학이 늘면서 이런 경향은 더 가속화하고 있다.

수학 영역에서도 이과 과목으로 분류되는 미적분과 기하 응시율이 크게 떨어졌다. 5월 학력평가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은 전체의 32.2%로 최근 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1년 41.0%이던 응시율은 2023년 48.4%까지 올랐다가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미적분 응시율만 따로 떼어 보면 올해 29.9%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30%대가 무너졌다.

중하위권 대학뿐만 아니라 주요 대학 자연계열 학과까지 수능 필수 응시 과목을 없애면서 이과 기피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공계 인재 양성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융합형 인재를 기르겠다는 취지로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 시험부터는 수학과 과학 선택 과목을 없애 문·이과 경계를 통합한다. 수학에서는 미적분Ⅱ와 기하가 빠진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