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부터 재취업 제한"…금감원에 혹독하단 말 나오는 이유 [금융당국 백브리핑]

입력 2026-05-25 15:06
수정 2026-05-25 16:28


금융감독원이 이달 말 발표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의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지난달 퇴직자들이 쿠팡의 임원 등으로 합류하려다 취업제한 조치를 받은 이후 내부에서 금감원에 대한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25일 인사혁신처 윤리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한 금감원 3·4급 직원 2명이 쿠팡의 임원으로 재취업하려다 지난달 과거 업무 관련성이 인정돼 취업제한 조치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12월 퇴직한 김미영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도 한국신용정보원장으로 재취업하려 했으나 승인받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취업 심사 대상이었던 금감원 직원 3명 중 한 단 한 명도 ‘취업 가능’ 판정을 받지 못한 겁니다. 지난달 쿠팡 임원으로 가려다 불발된 퇴직자 중엔 경력직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문인력 영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이를 계기로 금감원에 대한 재취업 제한 규정이 다른 기관에 비해 과도하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에 몸담았던 직원이 ‘퇴직 전 5년 동안 일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관’에 3년간 취업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에서 애로사항으로 꼽는 건 취업제한 심사 대상 기준입니다. 현재 금감원의 경우 4급 이상부터 재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감원과 유사한 공적 업무 수행기관인 한국은행은 2급 이상부터 재취업 제한 심사를 받습니다. 금융 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도 2급 이상으로 기준이 동일합니다.

정부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금감원처럼 4급 이상부터 재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만, 같은 4급이라 하더라도 직위의 성격에서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융위에서 4급(서기관)은 보통 팀장 업무를 수행하는 ‘과장급’으로 통합니다. 그러나 금감원에서 팀장급은 3급(수석조사역)에 해당합니다. 금융위보다 금감원 직원에 대한 기준이 더 까다롭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감원에서 4급(선임조사역)은 팀장급 아래 직급으로, 보통 입사 5년 차에 달게 됩니다. 이후 약 15년이 지나야지만 3급으로 승진하는 구조입니다. 즉, 실무 책임자가 되기 10여년 전부터 재취업이 제한되는 셈입니다. 지난해 임원을 제외한 금감원 인력 1967명 중 4급 이상은 1505명으로 전체의 80%에 달했습니다.

금감원의 재취업 제한 규정이 엄격해진 건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부터입니다. 이전까지는 재취업 제한 대상이 2급 이상이었으나, 당시 금감원 직원들의 저축은행 재취업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준이 4급 이상으로 대폭 확대됐습니다. 이후 금감원 노동조합에서 ‘4급 이상 퇴직자에 대한 재취업 제한 조항’이 위헌이라며 두 차례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를 기각했습니다.

금감원 내에서 지나친 재취업 제한 규정의 부작용으로 내부 인사 적체 문제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재취업 제한 대상 기관이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관은 2020년 1만7292개에서 올해 2만6285개로 대폭 확대됐습니다. 사실상 이직이 불가능하단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젊은 임직원 사이에선 선배들이 자리를 비켜주질 않으니 승진이 어려워지고,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여의치 않단 하소연도 나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어도 5~6년 차는 되어야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업무가 적성에 맞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데 금감원에선 주니어 때부터 발이 묶여버리는 것”이라며 “고위급 자리도 늘 부족해 일단 버티면 승진이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란 기대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직 경로까지 차단되다 보니 의욕이 꺾인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 백브리핑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안팎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코너입니다. 공식 발표로는 보이지 않는 정책 배경과 시장 반응, 내부 분위기까지 더 가까이에서 전달하겠습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