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절벽’ 온다?…중소·중견 기업일수록 ‘정서적 연봉’ 챙겨야

입력 2026-05-23 05:49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규모를 둘러싼 논의가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보상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제한된 중소·중견 기업들은 인재 확보와 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재용 서울대 교수는 금전적 보상 체계 이면의 문제를 짚었다. 인재는 연봉 수준만으로 이탈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며 화폐 연봉의 격차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는 비금전적 가치의 설계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열린 IGM세계경영연구원 ‘트렌드 조찬’의 강연자로 나선 신 교수는 비금전적 보상 설계의 개념으로 ‘정서적 연봉’을 제시했다. 정서적 연봉이란 업무 환경, 자율성, 심리적 안전감, 성장 기회 등 직장인이 일터에서 느끼는 비금전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환산한 개념이다.

신 교수는 “사람은 미래의 통장 잔고를 보고 입사하지만, 헤어질 결심을 할 때는 감정 잔고가 탈탈 털려서 퇴사한다”며 보이지 않는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정서적 연봉 점수가 5점 상승하면 화폐 연봉 3000만원이 깎여도 이직 의향이 억제되는 효과가 관측됐다. 이는 정서적 보상이 단순히 ‘정신 승리’가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로 도래할 ‘인재 전쟁 시대’의 실질적 경쟁력임을 보여준다.

신 교수는 SK하이닉스의 사례를 분석 근거로 제시했다. 2024년 하이닉스의 자발적 이직률은 0.9%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는데, 신 교수는 이를 성과급 규모 때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구성원의 의견 개진이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 실패에 대한 조직의 수용적 태도가 이직률 억제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반면 아무리 높은 연봉을 주어도 상사의 인정이나 동료의 존중 같은 ‘정서적 보상’이 결여된 조직은 좋은 인재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중소·중견 기업 리더들에게 “곳간이 넉넉한 대기업과 화폐 보상으로만 경쟁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조직만의 강력한 정서적 보상 요소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낮은 독립성, 최고의 동료, 일의 의미 같은 요소가 정서적 연봉의 사례가 될 수 있음을 들며 금전적 보상의 한계가 분명한 조직일수록 리더가 조직 문화 설계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IGM트렌드조찬은 국내 리더 및 기업 교육 전문 기관 IGM세계경영연구원의 최고위 조찬 포럼이다. 매달 경영 현장의 최신 트렌드와 사례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