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선전' 혐의를 받는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종합특검 출범 이후 첫 신병 확보 시도가 무산되면서 특검 수사 동력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이 전 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내란선동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부터 13일까지 계엄과 포고령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보도를 반복 편성하고, 계엄 비판 뉴스와 자막 등을 삭제·차단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계엄 해제 이후에도 이 전 원장이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취지의 방송을 이어간 정황을 포착했다며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월 특검 출범 이후 82일 만의 첫 구속영장 청구였다.
하지만 법원이 혐의 성립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특검의 무리한 수사 아니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특히 특검이 아직까지 단 한 명의 구속 피의자나 기소 사례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성과 압박 속에 강공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실제 이 전 원장은 이미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은 지난해 12월 계엄 직후 위헌·위법성을 지적한 정치인 발언 자막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고, 해당 사건은 다음 달 26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내란선전 수사가 사실상 동일 사건에 대한 '중복 수사' 또는 '이중 기소'에 해당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권영빈 특검보는 심문 출석 직전 취재진과 만나 "행위 태양(양태)이나 사실관계 등을 볼 때 이번 사건은 앞서 기소된 사건과는 별개"라며 "이중 기소라는 말은 법을 잘 모르는 분들이 얘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보완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특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22일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